코스닥 대장주 알테오젠이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을 결정했다. 최근 코스닥 지수 상승세가 이어지는 등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코스닥 시장에 훈풍이 돌고 있지만, 시가총액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대장주들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하는 일은 반복되고 있다.정부가 코스닥 시장 부양책을 준비 중인 가운데, 타개책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시장 전체 시가총액(501조269억원)에서 알테오젠 시가총액(24조5057억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4.9%에 달한다. 알테오젠이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상장하면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약 5%가 빠진다.
이런 상황에서 알테오젠은 이날 코스피 시장 이전을 확정했다. 알테오젠은 이날 오전 대전광역시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코스닥시장 조건부 상장 폐지 및 유가증권시장 이전상장 결의의 건’을 의결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알테오젠이 코스피로 옮기면 향후 코스닥 지수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앞서 셀트리온은 2018년 2월 9일 코스피 이전상장과 함께 코스닥 시가총액 약 33조원이 한꺼번에 빠졌고, 이후 미중 무역분쟁 등의 여파로 코스닥 지수는 600대까지 하락했다. 코스닥 대장주들의 코스피 이전은 과거부터 반복돼 왔다. 셀트리온(2018년), 카카오(2017년)가 대표적이며, 최근 10년간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옮긴 상장사는 총 16개에 달한다.
대부분 코스닥에서는 충분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코스피행을 선택한다. 알테오젠도 이번 이전상장 목적을 “안정적 투자 환경 조성을 통한 기업 가치 제고”라고 공시했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스피 시장의 경우, 코스닥 시장에 비해 투자받기도 훨씬 쉽고 주가 부양도 쉽다”며 “반면 코스닥 시장은 불공정거래를 통한 부작용도 많이 발생하는 시장이라 건전성 측면에서 투자자들이 외면하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통한 패시브 자금 유입 등의 효과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스피 시장과 코스닥 시장은 유입되는 패시브 자금의 양이 달라 기업들의 입장에선 주가 부양을 위해 이전상장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코스닥 시장 활성화를 위한 부양책을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는 가운데, 코스닥으로 향하는 자금을 끌어모으는 것만큼 시장 자체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개인투자자와 연기금에 대한 세제 혜택 강화 등 코스닥 시장 활성화 지원 방안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이 교수는 “현재 같은 시스템 아래에서는 이전상장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서 “코스닥 시장 제도를 전면적으로 재편해 코스피 시장과 경쟁 체제로 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알테오젠은 향후 한국거래소에 유가증권시장 상장 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한 후 상장 절차를 거쳐 내년 중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