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이달 일본은행(BOJ)의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진 데다 미국의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화된 영향이다. 다만 엔화 강세가 점진적으로 이뤄지며 지난해 같은 충격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나온다.

캐리 트레이드는 일본처럼 저금리 통화를 차입해 금리가 높은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을 뜻한다. 차입 통화의 약세와 낮은 금리가 전제돼야 금리 차익과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이에 따른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일본 기준금리 인상으로 수익 전망이 줄면서 투자자들이 해외 자산을 매도하고 자금을 본국으로 회수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 연합뉴스

6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통화정책에 민감한 일본국채 2년물 금리는 5일 직전날 대비 2.5bp 오른 1.047%를 기록하고 있다. 2년물 금리가 1%를 웃도는 건 2008년 이후 약 17년 만이다. 채권 가격과 수익률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데, 일본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달 1일 “(금리) 인상 여부에 대해 적절히 판단하고자 한다”며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게 완화 정도를 적절하게 조율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이번 발언을 두고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우에다 총재의 발언 이후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일본 국채 2년물 금리는 1%대로 급등했고 10년물도 1.7%를 넘어섰다. 미국과 독일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 하락)했으며, 뉴욕증시 3대 지수도 동반 하락했다. 위험자산 회피가 커지며 비트코인 가격은 7%대 급락했다.

시장에선 다시금 엔캐리 청산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현재 상황이 지난해 8월 ‘검은 월요일’ 당시와 유사하단 평가가 나오면서다. 지난해 8월 5일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8%, 11% 넘게 급락했는데, 거래소는 급락 원인으로 엔캐리 청산을 지목했다. 당시 일본은행은 시장이 예상치 못했던 7월 금리 인상을 단행했고, 미국 금리는 인하 사이클에 진입한 상황이었다. 현재와 유사한 금리 환경이 조성됐던 셈이다.

다만 지난해 같은 충격이 재현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엔캐리 청산의 ‘트리거’가 되는 엔화 강세가 뚜렷하지 않아서다. 다카이치 내각이 대규모 부양책과 유동성 공급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엔화 강세가 제한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날 달러·엔 환율은 154엔 수준으로 여전히 상대적 약세 국면에 머물러 있다.

아울러 청산 가능성이 큰 투기적 포지션이 이미 상당 부분 정리된 점도 차이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누적된 투기적 엔화 숏 포지션이 한꺼번에 해소되며 엔화가 급등하고, 이 과정에서 연쇄 청산이 발생하는 구조다. 그러나 현재 투기적 엔화 숏 규모는 크지 않아 지난해와 같은 급격한 조정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연쇄 청산을 일으킬 만한 엔화 숏 포지션이 많지 않아 당장 엔캐리 청산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다”며 “올해 2분기까지 비거주자의 엔화 대출 잔액이 완만하게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엔화 차입 물량이 일부 되돌려진 것으로 보인다. 추가적인 청산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