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를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환율 변동을 반영하는 환노출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수익률이 환헤지형을 크게 앞서고 있다. 환차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의 자금 또한 환노출형 상품으로 몰리고 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달러화를 정리하는 모습. /뉴스1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한 달(11월5일 ~12월5일) 미국 나스닥1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ETF는 2.36% 상승했다. 같은 기간 환헤지형인 ‘TIGER 미국나스닥100(H)’ ETF는 0.02% 하락하며 뚜렷한 수익률 격차를 보였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들도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KODEX 미국S&P500’ ETF가 3.45% 상승한 반면, 이에 대한 헤지형인 ‘KODEX 미국S&P500(H)’ ETF는 1.23%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일 전 거래일보다 4.7원 내린 1468.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달 중순 1460원대를 넘어선 환율은 이달 들어 1470원대를 오가고 있다.

상품명에 ‘H’가 붙는 환헤지형 ETF는 환율을 고정해 주가 상승분만 수익률에 반영한다. 반면 환노출형 상품은 달러 강세에 따른 환차익까지 더해지면서 최근 한 달 수익률 격차가 두 배 이상 벌어졌다.

고환율 흐름 속 환차익을 노린 자금이 환노출형으로 대거 쏠리는 모습이다. ETF체크에 따르면 지난 한 달간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에는 3429억원이 순유입됐지만, 같은 기간 헤지형 ‘TIGER 미국나스닥100(H)’에서는 193억원이 순유출됐다. ‘KODEX 미국S&P500’ ETF에도 1977억원이 몰렸으나, 헤지형 ‘KODEX 미국S&P500(H)’에서는 39억원이 빠져나갔다.

다만 원·달러 환율의 급등세가 점차 진정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면서 향후 환노출형의 우위가 계속될지는 미지수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의 배경은 경제성장률(GDP) 격차에 있다”며 “당국의 개입 의지까지 감안하면 1500원선을 쉽게 돌파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