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새해 달려 교부 안내, 개인형 IRP, ISA, 펀드 신규’

이달 초 서울 마포 지역에 있는 A은행의 한 지점에 이런 안내문이 붙었다. 매년 연말이면 고객들에게 무료로 나눠줬던 달력을 올해는 특정 상품에 가입하는 고객들에게만 주겠다는 거였다. 그러자 일부 고객이 불만을 드러냈다. 수십 년 동안 공짜로 줬는데, 왜 갑자기 조건을 다느냐는 게 이유였다. 한 60대 고객은 “은행 상황이 어렵다면 모르겠는데, 늘 역대급 실적을 냈다는 사실을 뉴스로 접하는데도 갑자기 달력 하나 갖고 째째하게 구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매년 11월이 되면 은행들이 다음 해 달력을 찍어서 일선 지점으로 보낸다.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은행은 대체로 매년 100만 부 가량의 달력을 제작한다. 제작비는 1부에 1000원, 총 10억원 정도 수준이다. 7~8월쯤 달력 디자인 업체와 제작 업체를 선정하고, 9~10월에 제작을 해서 11월에 전국 각 지점으로 배부한다. 달력을 넘겨받는 지점들은 대체로 사은품으로 무료로 나눠준다. 선착순으로 주기도 하고, 특정 날을 지정해서 그 날만 배부하는 경우도 있다. 일부 지점은 고객도 아닌 사람이 달력만 받아 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신들의 거래 고객인지 여부를 확인한다.

은행이 달력을 처음 제작한 것은 1950년대다. 당시는 물자가 귀해 달력 자체가 고가에 거래됐고, 은행 달력은 ‘돈을 가져다 준다’는 믿음도 겹치면서 귀한 물건으로 인식됐다.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고, 스마트폰이나 스마트워치 등을 통해 예전보다 종이 달력에 대한 선호는 떨어졌지만, 은행 달력에 대한 인기는 여전하다. B은행 관계자는 “은행 달력은 안정이나 신뢰, 재산 관리 등 상징성이 있다 보니 중장년층 이상 고객이 많이 찾는다”며 “달력을 일선 지점으로 내려보내 배부하면 보통 1주일이면 동이 난다. 상당수 지점들은 더 많이 내려 달라고 요구한다”고 말했다.

상품 가입을 조건으로 내건 A은행의 지점도 달력 인기를 이용해 마케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은행 관계자는 “일부 고객이 불만을 표하자, 해당 지점이 안내문을 붙인 지 반나절 만에 안내문을 떼고, 예전처럼 선착순으로 무료로 나눠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