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남성 A씨는 수개월간 복통과 치질 증상으로 병원을 방문했다. 그사이 몸무게는 5㎏이나 빠졌다. 검사 결과 대장 점막이 자갈밭처럼 부어올라 있었고, 조직에선 심한 염증 반응도 보였다. 환자는 결국 만성 염증성 장질환인 ‘크론병’으로 진단됐다.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오건강은 강남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천재영 교수와 함께 크론병에 대해 알아봤다.
크론병은 1932년에 크론이라는 의사가 처음 진단하고 발표한 질환이다. 천재영 교수는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달리 대장뿐만 아니라 소장, 나아가 입부터 항문까지 위장관 어디에나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크론병은 어느 나이대에나 생길 수 있는 질환이지만 10대 후반부터 20대 초중반 사이 환자가 많다. 유전적, 환경적 요인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크론병 환자는 1980년대 이전까지는 드물었는데, 점차 증가해 현재 약 3만명으로 추산된다. 천재영 교수는 “야채를 적게 먹고, 육류 중에서도 붉은 고기를 많이 먹는 등 서구화된 식습관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항생제 조기 사용으로 장내 미생물 변화가 생기고, 그 결과 면역 체계 균형이 깨진 것도 원인으로 분석된다.
주요 증상은 몇 달간 지속되는 복통과 설사, 체중 감소, 빈혈 등이다.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해 동아시아 환자들에게는 항문 증상이 흔하게 나타난다고 한다. 이를 두고 치질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크론병은 치핵이 아니라 고름이나 점액이 흘러나오는 농양이나 치루 증상을 보인다.
크론병은 암과 연관성이 높다. 염증성 장 질환 자체가 암에 걸릴 확률을 높이는데, 크론병은 대장은 물론 소장, 입, 항문, 위장관까지 발생 범위가 넓은 게 더 문제다. 예를 들어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대장에만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대장암으로 발전될 수 있는데, 크론병은 대장뿐만 아니라 소장에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
크론병은 한 번 진단되면 완치되진 않지만, 치료를 통한 관리는 가능하다. 치료 목표는 증상 완화 및 약물 등을 통한 염증 개선이다. 천재영 교수는 “최근 생물학적 제제와 소분자 제제 같은 첨단 치료 약재가 개발돼 치료 목표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했다. 약물로 치료할 수 없는 협착(장폐색), 농양, 천공 등의 합병증이 진행되거나 염증이 조절되지 않을 경우 수술을 해야 한다.
크론병 환자라고 해서 모든 음식을 마음껏 먹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장이 좁아지는 협착(장폐색)이 동반된 크론병 환자는 식이섬유가 체내 흡수가 되지 않고 장에 걸려 오히려 복통을 유발할 수 있다. 재발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진 권장 식단은 ‘지중해식’이다. 야채를 많이 먹고 육류 섭취를 줄이는 대신 생선으로 단백질을 대체하며, 올리브유 같은 불포화 지방산을 많이 먹는 게 좋다. 더 자세한 내용은 조선일보 의학·건강 유튜브 ‘오건강’에서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