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2월 1일 06시 2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지난 2017년 한컴라이프케어 인수를 위해 손잡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파트너원인베스트먼트와 한글과컴퓨터(한컴) 사이에 갈등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한컴라이프 상장 이후 주가가 지속 하락하면서 투자 손실이 현실화하자 대립각을 세우는 것으로 보인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파트너원인베는 한컴라이프케어를 상대로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파트너원인베는 금융 규제·M&A 전문 변호사를 선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컴라이프 측은 “법적인 절차에 따라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컴은 2017년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함께 한컴라이프를 인수하면서 파트너원인베를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였다. 한컴과 스틱인베가 각각 800억원씩 부담하고 브릿지론 400억원을 더해 인수 자금을 마련한 뒤, 브릿지론을 에쿼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파트너원인베가 합류했다.
한컴은 지난해 초 스틱인베·파트너원인베 지분을 모아 한컴라이프 경영권 매각을 추진했다. 매각 자문사는 BDA파트너스가 맡았다. 당시 매각 대상은 한컴(36.13%)·스틱인베(22.5%)·파트너원인베(11.29%) 지분 등 총 70% 수준이었다. 그러나 상장 후 실적과 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원매자와 기업가치를 두고 이견이 발생했고, 매각 절차는 기약 없이 지연됐다.
이에 스틱인베는 동반 매각에서 이탈해 독자적으로 지분을 처분했다. 한컴라이프 투자에 활용한 1호 스페셜시추에이션펀드(SSF) 만기가 도래하며 매각 시점을 더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였다. 결국 스틱인베는 한컴라이프 상장 당시 구주 매출을 포함해 총 781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원금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1호 SSF 펀드가 이미 기록적인 수익률을 달성해 부담이 적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파트너원인베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노리고 한컴과 동행을 택했다. 운용사 설립 이후 첫 투자처이자 프로젝트 펀드로 자금을 투입한 게 영향을 미쳤다. 업계 관계자는 “스틱인베는 블라인드 펀드를 활용해 여러 포트폴리오를 담을 수 있었지만, 파트너원인베는 한컴라이프 단일 종목에만 투자할 수 있었던 만큼 수익률 압박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파트너원인베는 2021년 상장 당시 496만9068주 중 184만4979주를 구주 매출로 처분해 253억원을 회수했다. 현재 보유 주식은 312만4089주로, 28일 종가(2640원) 기준 약 82억원 가치다. 한컴라이프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 3914억원에서 731억원으로 81.3%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가처분 신청을 경영권 분쟁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상법상 3% 이상 주주는 회계장부 열람을 요청할 권리가 있고, 회사는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할 수 없다”며 “가처분이라는 법적 수단까지 동원한 만큼 이들 사이에 신뢰관계가 이미 깨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