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종 기자 27일 대전 서구에 있는 선양소주 공장에서 조웅래(맨 앞) 회장과 직원들이 활짝 웃고 있다. 선양소주가 대전·충남 사랑의열매에 기부한 금액은 현재까지 8억7000만원, 2006년부터 지금까지 지역 사회에 환원한 건 300억원이다.

‘조웅래 선양소주 회장/황톳길 작업반장.’

지난 27일 만난 조웅래(66) 회장이 건넨 명함에는 ‘황톳길 작업반장’이란 직책이 함께 적혀 있었다. 그는 매일 새벽 출근 전에 대전시 대덕구의 계족산 숲 둘레를 따라 나 있는 14.5㎞의 황톳길 일부 구간을 걷는다. 황토가 유실되거나 돌이 많은 곳이 보이면 곧바로 보수 작업을 지시한다.

조 회장이 이끄는 대전·충청 지역의 소주 업체인 선양소주는 2006년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했다. 전국 최초의 대규모 황톳길이었다. 매주 토·일요일엔 무료 클래식 공연을 연다. 길 유지 보수와 공연 등에 매년 10억원씩 지금까지 20년째 총 200억원을 투입했다.

1973년 설립된 선양소주는 연매출 480억원에 임직원 177명의 중소기업이다. ‘선양’과 ‘선양린’ 소주가 주력이다. 조 대표는 2004년 운영하던 IT 기업을 정리하고 선양소주를 인수했다. 경남 함안이 고향인 그는 “기울어 가던 회사에 제조업 경험도 없는 외지인 오너가 왔으니, 당시엔 ‘선양소주 술은 기분 나빠 안 먹겠다’는 말도 꽤 들었다”며 “모든 사업이 그렇듯 선양소주도 지역민의 마음, 신뢰를 얻는 데 사활을 걸어야 한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인수 초기부터 사내에 ‘콘텐츠 개발팀’을 만들어 사회 공헌 사업 계획을 세웠다. 그 첫 작품이 계족산 황톳길 조성이었다. 반발이 컸다. 동종 업계는 물론 사내에서도 “소주 팔아 얼마 번다고 생돈을 산에 뿌리느냐” “1~2년 하다 말겠지”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조 회장은 “대전·충청 지역민의 신뢰를 얻으려면, 오랜 기간 변함없이 지역에 돌려주는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10년쯤 되니 변화가 보이더라”고 했다.

황톳길을 걷던 지역민들이 조 회장과 선양소주 임직원들에게 “고맙다”고 먼저 인사를 건네는 경우가 부쩍 늘었고, 이 회사 직원들도 “자녀 입학 시 부모의 직장란에 ‘선양소주 근무’라고 떳떳하게 쓸 수 있게 됐다”고 말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계족산 황톳길은 노인과 암 환자, 가족 단위 등 연간 100만명 이상이 방문하고, 주한 미 대사를 비롯한 주요국 외교관들도 찾아오는 ‘한국의 100대 관광지’가 됐다.

이후 선양소주는 공헌 활동을 더 늘렸다. 선양소주는 하루 약 11만병의 식당 판매용 소주를 만드는데, 병당 5원의 ‘지역 사랑 장학금’을 적립한다.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9억1085만원의 중·고등학생 및 대학생 장학금을 대전·충청 지역 지자체의 장학재단에 기부했다. 별도로 조 회장이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조웅래나눔재단’도 총 7억5000만원의 장학금을 지급했다. 회사와 재단을 통해 장학금을 받은 학생 수가 1000명 안팎에 이를 것으로 선양소주는 보고 있다.

조 회장은 두 달 전쯤 ‘장학금을 받고 공부해서 지금은 인천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가 됐다’는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몇 년 전 ‘장학금이 큰 힘이 됐다’는 장애인 학생의 편지를 받고는 오히려 제가 큰 힘을 얻었다”며 “2029년까지 지역 장학금 40억원 지급이 목표”라고 했다. 또 선양소주는 현재까지 대전·충남 사랑의열매에 총 8억7000만원을 기부해, 2020년에 1억원 이상을 기부한 중소·중견기업 모임인 ‘나눔명문기업’ 회원이 됐다. 이 기업은 2006년부터 지금까지 총 300억원가량을 지역 사회에 환원했다.

최근 대기업의 공세로 지역 소주 기업들은 고전을 하고 있다. 선양소주도 대전·충청 지역의 시장 점유율이 과거 50~60%에서 최근 30% 선으로 떨어졌다. 조 회장은 “10%대가 많은 다른 지역 소주 기업에 비하면 선방하고 있는 것”이라며 “지역민들의 신뢰가 더 쌓이면 어려움은 점차 풀릴 것”이라고 했다.

☞나눔명문기업

사랑의열매가 2019년 만든 ‘고액 기부 중견·중소기업’ 모임. 최초 2000만원 이상을 기부하고, 5년 내 1억원 이상 기부를 약정한다. 현재 총 687곳이 가입돼 있다.

※공동기획: 조선일보사·사랑의열매(사회복지공동모금회)

※문의: 080-890-1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