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석탄 발전 업계가 혼란에 빠졌습니다. 문재인 정부 때부터 ‘친환경 전환의 가교’라며 장려해 온 석탄·암모니아 혼소(섞어 때기) 발전에 대해,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사실상 ‘사망 선고’를 했기 때문입니다. 김 장관은 지난달 29일 국정감사에서 “석탄발전소의 암모니아 혼소는 중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혼소 발전이 석탄화력의 수명을 연장시켜 2040년 석탄 발전 퇴출 방침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입니다.
김 장관의 발언은 아무런 사전 협의나 유예 기간 논의 없이 기습적으로 이뤄졌습니다. 불과 4년 전인 2021년 당시 문재인 정부는 암모니아 혼소를 ’2030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달성의 핵심 수단으로 내세웠고, 2030년까지 암모니아 20% 혼소를 석탄 발전 24기에 적용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습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정부의 낙점을 받아 인프라 구축에만 413억원을 투입했고, 2023년 한 해에만 관련 R&D에 국비 300억원이 투입됐습니다. 혼소 발전 단가는 일반 석탄 발전의 4배(kWh당 470~490원)나 됩니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뛰어든 건, 생산된 전기를 사주겠다는 정부 약속 때문이었습니다. 실제 정부는 작년 7월 기업들이 생산한 암모니아 혼소 전력을 사들이겠다는 경쟁 입찰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혼소 전력 매입을 위한 두 번째 경쟁 입찰이 마감 당일이었던 지난달 17일 돌연 취소된 것입니다. 입찰 마감 당일에 공고를 취소하는 건 후진국에서도 보기 드문 행정입니다. 발전사들이 배경을 알아보니 기후부 안팎에서 ‘김 장관이 암모니아 혼소 발전 중단 의지가 강하다’는 말이 나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10여 일 뒤 김 장관의 ‘혼소 중단’ 발언이 국감에서 나온 것입니다.
‘K탄소 중립의 핵심’이라며 기업들의 등을 떠밀던 정부가, 장관이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이를 ‘적폐’ 취급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의 노력과 투자는 공중분해될 처지입니다. 발전 업계에서는 “정부 믿고 수백억 쏟아부었는데 하루아침에 중단이라면 앞으로 어떤 기업이 정부의 ‘수소 경제’ ‘SMR 육성’ 등 미래 비전을 믿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