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모험자본 공급 확대를 강조하는 가운데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의 발행어음 인가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금융감독원의 현미경 심사가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최종 관문인 외부평가위원회(외평위) 단계만 남았다.

25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은 이날 오전 발행어음 사업 인가를 위한 외평위를 진행 중이다. 외평위가 사업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금융감독원이 실사를 마무리하고 안건을 증권선물위원회에 넘길 예정이다. 이후 증선위와 금융위원회가 최종 의결만 통과하면 두 회사는 발행어음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다.

금융감독원

삼성증권은 8년 만에 발행어음 인가를 기다리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7년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전환을 준비했지만, 회사 대주주(삼성생명)의 실질 지배주주인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이 당시 재판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금감원이 심사를 보유하면서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자기자본 규모(4조원 이상)는 발행어음 인가의 최소 요건이고, 금융 당국은 내부통제와 대주주 적격성 등을 심사해 심사 여부를 판단한다.

삼성증권과 메리츠증권 심사 초반에는 금감원이 심사 중단을 검토하기도 했다. 삼성증권의 경우 지난 4월 금감원이 시작한 거점 점포 검사가 불안 요인으로 꼽혔고, 메리츠증권은 상장폐지 된 이화전기 신주인수권부사채(BW) 불공정 거래 의혹이 금감원의 중점 심사 대상이 됐다.

결국 당국은 해당 이슈가 사업 인가에 영향을 줄 만큼의 심각한 결격사유는 아닌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행어음 심사는 해당 이슈에 대한 제재 여부와 별개로 진행되고 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초단기(1년 이내) 금융상품으로, 사전에 약정한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 시 원금을 보장한다.

인가를 받은 증권사는 자기자본의 최대 200% 한도 내에서 저비용 자금을 조달해 기업금융·부동산PF·사모펀드·해외대체투자 등 고수익 자산에 투자할 수 있어, 사실상 ‘종합금융그룹’ 수준의 IB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앞서 금융위는 대형 증권사가 발행어음이나 종합투자계좌(IMA)로 조달한 자금을 더 적극적으로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하도록 조달 자금의 최소 25%를 모험자본에 공급하는 의무 제도를 마련했다.

당국은 발행어음 사업자가 늘어나면 모험자본 공급이 활발하게 이뤄져, 산업 성장을 촉진하는 한편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더 높은 수익률의 금융 상품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선순환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올해 발행어음 인가를 신청한 5개 증권사 중 키움증권이 가장 먼저 인가를 받았다. 하나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외평위 심사와 현장 심사를 마친 상태로, 증선위 판단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