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처럼 주가가 오르지 않는 네이버(NAVER)에 개인 투자자의 ‘빚투’(대출받아 주식 투자)가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투자자들이 주가 반등을 기대하고 신용 거래에 나선 것인데, 주가는 오르지 않고 되레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빚투족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신용거래융자는 증권사가 개인에 빌려주는 돈으로, 레버리지 효과를 기대하는 투자자는 이자를 부담하고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한다. 증권사마다, 대출 기간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이자율은 연 8~9% 수준이다.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 신용거래 융자잔고가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1조3926억원), SK하이닉스(1조2278억원), 두산에너빌리티(7695억원) 등이었다. 모두 최근 주가 등락폭이 큰 종목이다.
세 종목 다음으로 빚투가 많은 종목은 네이버로, 신용거래 융자잔고가 7100억원에 달했다. 네이버에 빚투가 집중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의아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통상 빚투는 주가가 급등하는 종목에 집중되는데, 네이버 주가는 최근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미국발 인공지능(AI) 열풍에 주가가 급등했고, 빚투가 몰렸다. 연초 5만원 수준이던 주가는 최근 10만원을 넘었고, SK하이닉스의 경우 연초 20만원 안팎이던 주가가 최근 50만~60만원으로 올랐다.
원전주인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AI 열풍에 주가가 급등한 사례다. AI 수요가 늘어나면 전력 사용이 급증하는데, 주요국이 원전을 활용하고 나서면서 두산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등했다. 연초 2만원 안팎이던 주가는 최근 7만~8만원으로 올랐다.
이들 종목과 비교하면 네이버 주가는 박스권에 머무르고 있다. 연초 20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현재 26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이 30% 정도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와 비교하면 아주 낮다.
증권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주가가 횡보하는 상황에서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이 신용(대출)을 활용해 매수하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하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신용 잔고 확대 배경에는 두나무와 네이버 파이낸스의 합병 기대, 3분기 호실적, AI 설비 투자(CAPEX) 확대 등 장기 성장 동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며 “투자자들에게는 아직 올라갈 것이라는 기대가 상대적으로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네이버가 다른 대형주보다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은 종목이라는 점도 빚투가 높은 이유로 꼽힌다.
이상헌 IM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는 주식 담보를 140% 이상 유지해야 한다. 즉, 주식이 있어야 신용으로 투자도 가능한 것”이라며 “네이버는 다른 종목보다 개인 투자 비중이 높아, 이미 많은 주식을 보유한 개인 투자자가 합병 등 호재를 보고 레버리지를 활용해 추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네이버 주가가 박스권에 머무르면서 빚투에 나선 이들이 그다지 좋은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 거래는 기간은 기본 90일로, 최대 270일까지 연장할 수 있지만, 투자자는 빌린 돈을 만기 시 반드시 상환해야 한다.
증권사에 지급해야 하는 이자 부담도 적지 않다. 게다가 만기 시 주가가 손실 구간에 있다면 투자자는 상환 압력을 받게 된다. 결국 손절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주가가 큰 폭 하락할 경우 반대 매매 압력도 커진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일정 시점 이후에도 주가가 상승하지 못하고 상환 시점이 집중되면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하는 종목에 신용 거래가 집중된 경우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