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주도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3차 상법 개정이 추진되는 가운데, 일부 중소형 상장사가 자사주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방식 등으로 우회적으로 자사주 처리에 나섰다가 제동이 걸린 것과 달리, 감시망에서 비켜난 일부 중소형사는 자사주를 매각하며 차익까지 거두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 공시 시스템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사 그린생명과학은 지난 7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75만주를 두나미스자산운용 사모투자신탁 7곳에 매각했다. 자사주 매각을 통해 총 24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린생명과학이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는 2023년 8월부터 위탁 매입한 물량으로 추정된다. 그린생명과학은 유안타증권과 계약을 맺고 올해 9월까지 91만여 주의 자사주를 사들였다. 당시 자사주 매입 목적을 ‘주가 안정과 주주 가치 제고’라고 밝혔으나, 매입가보다 비싼 가격에 팔아 수억 원대의 시세 차익을 거뒀다.
자본시장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자사주 의무 소각 법제화를 염두에 두고 자사주를 급하게 매각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주주 가치 측면에서 주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금융 당국은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가 본격화하면서 대형 상장사의 자사주 기반 EB 발행이 급증하자 공시 작성 기준을 강화하는 등 규제에 나섰다. EB는 일정 조건 충족 시 채권을 주식으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EB 발행 기업 입장에선 자금을 조달하면서 자사주를 처분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KCC는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해 43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하려다, 주주 반발 속에 발행 계획을 철회했다.
반면 주목도가 낮은 중소형 상장사는 외부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처분하고 있다. 켐트로닉스는 지난 6일 18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했다. 유티아이·한스바이오메드 등도 장내·외 매도 방식으로 자사주를 처분했다. RF머트리얼즈는 내년 1월까지 45억원 규모의 자사주 전량을 시장을 통해 매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