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1월 19일 15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여당 주도로 기업이 보유한 자사주를 의무소각하도록 하는 내용의 상법 개정이 추진되면서 일부 중소형 상장사가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각에 나서고 있다. 대기업들이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를 발행하는 등 우회적인 방법을 택하는 것과 달리 자사주를 그대로 제3자에게 매각하거나, 시장에 물량을 풀어내고 있다.
1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그린생명과학은 지난 7일과 13일 두 차례에 걸쳐 자사주 45만주와 30만주를 두나미스자산운용 사모투자신탁 7곳에 매각했다. 그린생명과학은 이번 거래로 총 24억원의 자금을 확보했다.
그린생명과학이 이번에 매각한 자사주는 2023년 8월부터 위탁 매입한 물량으로 추정된다. 그린생명과학은 유안타증권과 자사주 매입 계약을 맺고 지난 9월까지 약 91만주의 자사주를 매입했다. 당시 자사주 매입 목적이 ‘주가 안정과 주주가치 제고’로 명시됐으나, 실제로는 이를 외부에 매각해 자금을 확보한 셈이다.
그린생명과학은 이번 자사주 매각으로 수억원대의 시세차익도 거둔 것으로 보인다. 그린생명과학의 자사주 매입 단가는 약 2215.9원이다. 하지만 이번 자사주 매각에서는 매각 단가가 각각 2847원, 3815원이다.
그린생명과학의 이 같은 행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도 자사주 25만주를 4010원에 시장에 매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최근 거래까지 고려하면 지금까지 20억원을 들여 매입한 자사주 전량을 약 14억원 수준의 시세차익을 보고 처분한 것이다.
자본시장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사주 처분은 기업의 재무 계획에 따라 결정하는 것이 맞지만,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의무소각을 염두에 두고 급하게 매각했다는 의혹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사모신탁에 자사주를 매각해 당장 물량이 시장에 풀리지는 않겠으나, 주주가치 측면에서는 주주들에게 불리한 결정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자사주 의무소각 법안이 논의 중인 가운데 상장사들의 무분별한 처분에 대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교환사채(EB)를 통한 우회적인 처분이 급격하게 늘면서 금융당국은 자사주를 기반으로 한 EB 발행에 대해 공시 기준을 강화했다. 일부 대기업이 주주와 정부의 눈치를 보면서 우회적으로 자사주를 매각하는 행위를 쉽게 넘어가지 않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KCC, 광동제약 등이 EB 발행 계획을 철회했으며, 태광산업도 EB 발행 계획에 대해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그린생명과학을 비롯한 중소형 코스닥 상장사는 외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사주를 직접 처분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지난 18일 대표이사의 연봉 일부를 주식으로 지급한다며 1억318만원 규모의 자사주 처분 계획을 발표했다. 에코프로비엠이 자사주로 직원 성과급을 지급한 사례는 매년 있으나, 대표 연봉으로 지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켐트로닉스는 지난 5일 182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계획을 공시했다. 매각 목적은 신규 사업을 위한 투자 재원 마련이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유티아이, 한스바이오메드, RF머트리얼즈 등 여러 기업이 장내·외 매도 방식으로 자사주를 매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