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투자자에게 고위험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의 위험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제조사와 판매사 모두에게 공동책임을 부과하는 방식으로 감독 방향을 개선한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관련 자산운용사 대상으로는 이력을 관리하며 출시 펀드에 대한 고강도 심사를 할 방침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 중심의 금융감독 전환을 위한 금융소비자보호 토론회’를 개최하고 금융투자상품 개발·판매 단계의 소비자 보호 실효성을 강화할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이찬진 금감원장을 비롯해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김승원·김현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수조 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 홍콩 H지수 연계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 사례를 비롯해 최근 일부 해외 부동산펀드에서 소비자 피해가 발생했다”며 “이는 금융회사가 환경 변화에 따른 손실위험 가능성을 충분히 반영하고, 소비자에게 알기 쉽게 설명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세 가지 방향에서 개선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먼저, 해외부동산 등 고위험펀드의 상품설계 과정에서 위험을 인식·측정·평가하는 내부관리체계를 확립해 준법·리스크 관리부서가 독립적인 시각으로 펀드설계를 검증한다. 설계 단계에서부터 선제적인 소비자보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해외 부동산펀드의 경우 2016년부터 2019년 부동산 시장 상승기에 설정액이 급증했다. 하지만 이후 금리 상승으로 인한 시장 침체로 리파이낸싱(차환)이 난항을 겪으면서 일부 펀드의 손실이 현실화됐다.
최근 문제가 발생한 한국투자증권의 벨기에펀드 사태의 경우 벨기에 브뤼셀에 위치한 빌딩의 장기임차권에 투자했다. 하지만 지난해 대출 미상환으로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고 선순위 대주가 자산 강제처분에 나서면서 전액 손실로 이어졌다. 금감원은 최근 벨기에펀드를 판매한 금융회사들의 불완전판매 의혹을 살피기 위해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현재 해외부동산펀드의 딜소싱 검토절차가 미흡하고, 현지실사와 투자심사 형식적으로 운영되는 점, 투자 위험의 낙관적 평가, 대규모 손실 발생 운용사의 동종펀드 이력 미관리 등을 문제로 지적했다.
이를 위해 금감원은 관련 펀드에 대해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핵심위험을 명확하게 기술하고, 일반인 블라인드 테스트 등을 통해 핵심위험 기재 표준안을 마련해 설명 의무를 준수하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상품 제조사와 판매사 책임 또한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고위험펀드 집중심사를 통해 운용사가 주요 위험을 판매사에 충분히 인수인계하고 판매사가 이를 명확히 전달하는지 감독한다.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던 요주의 운용사 이력도 관리하며 출시 펀드를 고강도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금감원은 토론회에서 제시된 현장의견과 정책제언을 면밀히 검토해 감독 업무에 반영하는 등 소비자보호 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금융회사에 소비자 보호는 단기 비용이 아니라 신뢰 구축과 성장을 위한 장기 투자”라며 “국회 및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제도 개선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