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 공시 건수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00건을 넘어설 가능성이 커졌다. 코스닥시장 중소형사뿐만 아니라 코스피시장 대형사에서도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1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7일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 상장사가 공시한 ‘소송 등의 제기·신청’(기업 중복 포함)은 296건으로 집계됐다. 2013년 6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약 50배 급증했다.
경영권 분쟁 공시는 지난해 313건으로 역대 최대였다. 2026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연말까지 소송이 추가되면 올해 지난해 기록을 넘어갈 가능성도 있다.
특히 올해 경영권 분쟁 공시 중 30%(98건) 이상이 코스피시장 상장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스피시장 상장사의 경영권 분쟁 공시 비율은 2023년 266건 중 27.4%(73건), 2024년 313건 중 34.2%(107건) 등 늘어나고 있다.
비교적 덩치가 큰 기업도 소송에 휘말리고 있다. 올해 새롭게 경영권 분쟁 관련 소송 공시를 낸 율촌화학, 태광산업 등은 시가총액이 8000억원이 넘는다.
자본시장법은 ‘임원의 선임·해임 또는 직무 집행과 관련된 경영권 분쟁’ 등에 해당하는 소송에 대해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공시 양식이 조금씩 변경되는 측면도 있지만, 시장에선 경영권 분쟁 소송이 늘어나는 추세로 본다.
경영권 분쟁 소송이 늘어나는 원인으로 창업주의 은퇴에 따른 경영권 승계, 행동주의 펀드 활성화 등이 꼽힌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 대상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도 2019년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도입, 밸류업 프로그램 등에 따라 나타난 주주 가치 개선 및 주주 권리 강화 움직임이 경영권 분쟁이나 적대적 M&A 시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미사이언스, 콜마그룹의 사례처럼 1대 주주와 2대 주주가 가족인데도 승계로 인한 내부 갈등이 극심해지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라면서 “승계 이슈 등이 향후 더 두드러지면서 앞으로 경영권 분쟁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자사주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안을 여권(與圈)이 추진하고 있어, 경영권 분쟁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동안 경영진이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해 왔는데, 더는 그럴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경영권 분쟁이 단기간엔 주가 상승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장기화하면 기업 가치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고려아연이 대표 사례다. 고려아연 주가는 지난해 12월 경영권 분쟁이 정점에 달하면서 240만원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분쟁이 이어지고 관련 상승 재료가 힘을 잃으면서 이달 7일 102만4000원(종가 기준)까지 내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