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일부 외국계 증권사들이 국내에서 거둔 수백억 원대 이익잉여금을 본사로 송금하는 일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국내에 재투자되는 자금이 거의 없다 보니 실질적인 경제 기여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UBS증권 리미티드 서울지점은 지난 7일 스위스 본사로 200억원의 이익잉여금을 송금했다. 이는 UBS증권 서울지점의 상반기 순이익(210억원)의 대부분에 해당한다. UBS증권은 작년 초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의 투자금융·자본시장 사업 부문 인수를 위해 350억원을 투입하면서 지난해 본사에 잉여금을 보내지 않았지만, 2년 만에 이를 재개했다.

일반적으로 외국계 증권사 지점은 국내에서 벌어들인 수익을 배당금 명목으로 본사에 송금해 투자금을 회수한다. 올해 상반기 제이피모간증권 서울지점과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 한국지점도 각각 1126억원, 480억원씩 본사에 이익잉여금을 배당했다. 각 사의 전년도 순이익인 1126억원, 481억원과 같은 규모다.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돈을 고스란히 본사로 송금한 셈이다.

과거처럼 순이익의 몇 배에 달하는 송금은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몇 년간 금리 인상,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위축 등의 영향으로 쌓여 있던 이익잉여금이 과거보다 줄자, 증권사들이 송금 규모를 줄인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은 2022년까지만 해도 순이익의 두 배가량을 미국 본사에 보냈지만, 2023년과 지난해에는 각각 전년도 순이익 538억원, 499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400억원을 보냈다. 메릴린치증권은 2021년 말까지 누적 이익잉여금 규모가 3000억원이 넘었으나,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2700억~2800억원대로 축소됐다.

UBS증권 역시 2020년 7월 전년도 순이익(285억원)의 약 3배인 800억원을 본사에 송금한 바 있다. 당시 UBS증권의 누적 잉여금은 1433억원으로, 올해 상반기 기준 누적 잉여금(1080억원)보다 350억원(24.7%) 이상 많았다. 골드만삭스증권과 비엔피파리바증권은 2022년 이후 본사에 돈을 보내지 않고 있다.

글로벌 금융기관의 지점 운영 구조상 본사 송금은 당연한 절차다. 다만 국내에서 창출한 수익을 배당금 명목으로 전액 본사에 귀속시키는 관행이 오랜 세월 이어지면서 ‘먹튀’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상호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계 증권사가 한국에 재투자할 유인을 만들어야 한다”며 “투자 매력도를 높여야 자본이 지속적으로 국내에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