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거품’ 우려와 원화 약세가 겹치면서 코스피지수가 10거래일 만에 4000선을 내줬다. 코스닥 지수도 870선까지 밀렸다.

코스피지수는 7일 3953.76으로 장을 마쳤다. 전날보다 72.69포인트(1.81%) 하락했다. 코스피 지수가 4000선을 내준 것은 지난달 24일(종가 기준 3941.59) 이후 처음이다.

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증시 종가가 표시돼 있다. /뉴스1

코스피지수는 이날 3963.72로 출발, 4037.61로 반등하는 듯했지만 오전 내내 내림세가 이어졌다. 3887.32까지 하락했다.

밤사이 미국 뉴욕증시가 흔들렸던 상황에서 미국이 엔비디아 저사양 AI 칩의 중국 수출을 불허하면서 낙폭이 커졌다. 미·중 갈등이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판단에 투자 심리가 위축됐다. 그나마 오후 들어 대형주를 중심으로 소폭 반등하며 3900대를 지킬 수 있었다.

원화 약세가 이어진 것도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1456.9원을 기록했다. 전날보다 7.6원 올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현재 99.8 수준이다. 올해 초 원·달러 환율이 1450원 선을 넘어섰을 때는 달러인덱스가 110까지 치솟았었다. 쉽게 말해 달러 강세 영향보다 원화 약세 여파가 두드러지고 있다.

한국 국채 10년물 금리도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올해 들어 처음으로 3.2% 선을 웃돌기도 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그만큼 국채 가격이 하락했다는 의미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722억원, 2281억원씩 순매도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개인만 6962억원 매수 우위였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반도체를 비롯해 조선·방산·원전 등 주도 업종도 힘을 쓰지 못했다. 방산업종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LIG넥스원은 이날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발표했지만, 4분기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는 전망에 16.53% 급락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도 각각 4.85%, 6.27%의 주가 하락률을 보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현대차, 두산에너빌리티, KB금융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전날보다 낮은 가격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시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1.36포인트(2.38%) 내린 876.81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는 장중 864.67까지 떨어졌다가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수그러들면서 870선을 회복했다.

이날 코스닥시장에서도 기관과 외국인이 622억원, 11억원씩 순매도하고, 개인만 950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펩트론만 13% 넘게 오르며 강세를 보였다. 알테오젠을 비롯해 에코프로비엠, 에코프로, 레인보우로보틱스 등은 3~6%대 주가 하락률을 나타냈다.

이날 시장은 약세였지만 코스닥시장에 입성한 복합 신뢰성 환경 시험 장비 기업인 이노테크는 ‘따따블’(공모가 대비 4배 상승)에 성공했다. 이노테크는 개장 직후부터 강세를 보이며 이날 300% 오른 5만8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당분간 조정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조아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량 매도세가 이어지는 점이 원화 가치 하락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아직 미국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종료에 대한 시장의 기대는 낮은 상황인데, AI 거품론과 원·달러 환율 급등세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셧다운 종료가 선행돼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