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주식 시장의 최근 상승세로 시중 자금이 주식 투자로 쏠리자 은행들이 앞다퉈 고금리 특판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주로 연말 연초에 예·적금 만기가 몰린 만큼 지금부터 자금 이탈을 부지런히 막아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 무브(자금 대이탈)’를 피하기 위해서다. 고금리 특판 예금은 대부분 한도가 적고 만기가 짧은 상품도 많지만 손실 걱정 없이 이자를 착실히 챙길 수 있어 부지런한 재테크족에게 인기다.
◇게임하고 걸으면 “금리 얹어드려요”
판매 중인 특판 적금 중엔 게임을 접목해 적은 한도액으로나마 높은 금리를 노려 보도록 한 상품이 여럿 있다. 신한은행이 9일까지 최고 ‘연 20% 금리’를 걸고 파는 ‘오락실 적금’이 그중 하나다. 매주 최대 10만원씩 8주간 저축할 수 있다. 주마다 바뀌는 ‘같은 그림 맞추기’ 게임 순위에 따라 우대 금리를 차등 적용한다. 기본 금리는 2%이고 상위 70%에 들면 성적에 따라 1~18%의 우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최고 금리는 상위 3%에게만 지급된다. IBK기업은행도 지난달 게임 성적에 따라 금리를 차등 적용하는 ‘IBK 랜덤 게임 적금’을 출시했다. 가입 기간은 100일로, 최고 연 15%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은행 관계자는 “게임 이벤트를 통해 젊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고금리를 무기로 자금도 유치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달리기와 금리를 연동한 적금도 최근 출시했다. 건강을 챙기면서 이자도 받아가자는 취지의 ‘한 달부터 적금 20+ 뛰어요’다. 기본 금리 1.8%에 신한은행 모바일 앱 내 ‘20+ 뛰어요’ 참여, 달리기 대회 완주증 등록, 입금 회차 달성 등을 하면 최고 금리를 6.6%까지 받을 수 있다. 이벤트성 상품이어서 저축 한도는 주 최대 10만원으로 적은 편이고 가입 기간도 최장 42주로 짧다.
첫 거래자 혹은 오랫동안 거래가 없던 사람을 유치하기 위해 높은 금리를 주는 상품도 있다. 올해 말까지 가입 가능한 하나은행의 ‘오늘부터, 하나 적금’은 6개월 동안 하나은행과 거래가 없는 가입자가 받을 수 있는 4.7% 우대 금리를 포함해 최고 7.7% 금리를 제공한다. 만기 6개월, 한도는 월 20만원이다. KB국민은행의 ‘KB스타 적금 III’은 1년 동안 국민은행 거래가 없었던 사람에게 최고 6% 금리를 준다. 역시 1년 만기로 월 30만원까지 넣을 수 있다.
다른 금융사와 연동한 이벤트성 적금도 금리가 높은 편이다. 삼성월렛머니 이용자 전용 우리은행 적금인 ‘삼성월렛머니 우리 적금’은 최고 연 7.5%를 준다. KB국민은행의 ‘모니모 KB매일이자 통장’은 삼성 계열 금융사 통합 앱인 ‘모니모’ 가입을 하고 삼성 금융 계열사 자동이체 등을 하면 최고 연 4% 금리를 받을 수 있다.
이른바 ‘파킹통장(금리가 높은 편인 수시 입출식 예금)’ 금리를 연 3~4%대까지 높인 은행들도 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 3일 연 3.1% 금리 파킹통장 ‘IBK든든한통장’을 출시했다.
◇줄어드는 예금 잡기 위한 노력
은행들이 고금리 예·적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는 이유는 주식 시장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막기 위해서다. 지난달 말 기준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647조8564억원으로, 9월 말(669조7238억원)과 비교해 21조8674억원 감소했다. 보통 예·적금 상품이 만료되면 자금이 요구불예금에 예치되는데 이 잔액이 줄어든 것이다.
반면 코스피가 처음으로 4000을 돌파하는 등 주식 시장이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 대기 자금 성격의 ‘투자자 예탁금’ 잔고 규모는 불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두거나 주식을 팔고 찾지 않은 돈인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31일 기준 85조4569억원으로 집계됐다. 1998년 6월 통계 산출 후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어섰다. 전문가들은 은행에서 빠져나간 자금 상당 부분이 주식 시장으로 흘러들었다고 본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리가 낮은 데다 주식 시장의 활황으로 은행에서 자금이 많이 이탈해 고민이 크다. 자금 유치를 위해 내년 초까지 다양한 특판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