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융자를 지렛대(레버리지) 삼아 높은 수익을 노리는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증권사별로 신용거래 전략이 차별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 대한 신용대출까지 제한해 ‘빚투’(빚내서 투자) 차단에 나선 증권사가 있는 반면, 일부 증권사는 레버리지 수요가 커지자 신용거래 문턱을 낮추며 공격적인 영업에 나섰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4일 SK하이닉스와 효성, LS일렉트릭의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올리고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변경했다. 세 종목 주가가 최근 급등하면서 4일 하루 동안 투자주의 종목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은 전날 현대로템과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신용거래 종목군을 ‘F’로 일괄 변경했다. 신용거래 종목군이 F군으로 바뀌면서 이들 종목은 신규융자·만기연장 등이 제한됐다. 미래에셋은 지난 3일에도 포스코퓨처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기아, 삼성SDI, 유한양행, LG화학, 두산 등 10종목을 F군으로 바꿨다.

신한투자증권도 3일 한화에 대해 당사 신용거래 제한 기준 모니터링에 검출됐다며 신용대출 불가 종목으로 분류했다.

통상 증권사들이 신용대출을 제한하는 종목은 중·소형주들이다. 시가총액 규모가 작은 종목은 투기성 자금에 시세가 급변동하는 경우가 많아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신용거래를 제한하곤 한다.

그런데 코스피 지수가 3일 4200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SK하이닉스, 두산에너빌리티, 한화오션 등 대형주도 등락 폭이 커지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 종목들에도 개인의 ‘빚투’가 몰리자 일부 증권사가 신용 문턱을 높인 것이다.

반대로 신용거래 수요가 늘어나자, 신용 기준을 완화하면서 적극적으로 신용 공급에 나선 증권사들도 있다. 고객 기반을 늘리면서 동시에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토스증권은 전날 SK하이닉스와 LS일렉트릭에 대한 신용등급을 F에서 D로 완화하고, 증거금률은 100%에서 50% 낮췄다. 현대차와 한국금융지주 등 신용거래 문턱을 높인 대형주도 있으나 10여 개 종목의 신용거래 기준을 전보다 완화했다.

키움증권도 SK하이닉스와 LS일렉트릭의 위탁증거금률을 20%로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 중이다. 그 외 타사에서는 신규융자를 막은 기아, 삼성SD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G화학 등에 대해서도 증거금률 20%를 적용하고 신용융자 A군으로 분류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신용거래 폭이 넓을수록 레버리지 투자를 활발히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신용공급이 넉넉하다고 해서 무리한 ‘빚투’에 나서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4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25조5118억원으로, 2021년 9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25조6540억원) 수준이다. 지난달 31일에는 유가증권시장(15조8173억원)과 코스닥 시장(9조7096억원) 신용거래융자 잔고가 각각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 증시가 랠리를 지속한 영향이지만, 과도한 신용거래는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특히 개인 투자자가 빌린 자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할 경우 반대매매로 이어져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권사별 신용거래 정책을 파악한 후 투자 성향에 맞춰 투자하되, 투자자 스스로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마다 신용정책이 다른 것은 시장에 대한 시각과 전략적인 차이까지 반영하는 것”이라며 “현명한 투자자라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레버리지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