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과 반도체주 랠리 속에서 미국 7대 빅테크 기업인 ‘매그니피선트 7(M7·엔비디아·애플·마이크로소프트·메타·아마존·알파벳·테슬라)’의 주가 상승률보다 높은 수익을 내고 있는 펀드가 주목을 받고 있다. 올해 해외 주식형 IT 공모 펀드 중 수익률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투자글로벌AI&반도체TOP10’ 펀드다.

4일 펀드 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 펀드(환노출형 기준)는 올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약 42%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M7 상승률(21%)과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지수 상승률(21%)의 두 배다. 2023년 4월 펀드 설정 이후 수익률은 210%에 달한다. 3개 유형(환노출형·환헤지형·미국 달러 투자형)의 합산 순자산(설정액에 운용 수익이나 손실을 합친 것)은 연초 2497억원에서 지난달 말 7959억원으로 늘었다.

펀드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펀드는 글로벌 AI·반도체 분야 대표 기업들에 투자한다. 지난달 24일 기준 편입 비율은 엔비디아가 9%로 가장 높고, 그다음으로 메타·TSMC·브로드컴·알파벳을 각 8%대 비율로 담았다. SK하이닉스·마이크로소프트·테슬라·Arm·오러클도 각 5~7%대 비율로 투자했다.

이 펀드를 운용하는 사람은 1992년생인 김현태(33세·사진) 한국투자신탁운용(한투운용) 책임 매니저다. 김 매니저는 서울대학교에서 물리학과 학·석·박사과정을 마친 물리학도 출신이다.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21년 한투운용에 입사했다. AI 붐이 본격화한 2023년 글로벌 AI·반도체 기업에 투자하는 이 펀드를 직접 기획했다.

김 매니저는 펀드 설정 당시부터 오러클 등을 편입해 높은 성과를 냈다. 그는 “오러클은 클라우드 4위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을 보고 초기에 전략적으로 편입했다”며 “오픈AI·엔비디아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어 올해 하반기에 비율을 더 늘렸다”고 말했다. 오러클 주가는 지난 4월 연중 저점을 찍은 후 두 배가량 오른 상태다.

올 초 미국 기준금리 동결과 중국 생성형 AI 모델 딥시크 등장 충격 등으로 펀드가 일시적으로 조정을 겪을 당시, 김 매니저는 소형모듈원전(SMR) 관련주인 오클로와 뉴스케일파워를 펀드에 담는 식으로 대응했다. SMR은 전력 소비량이 많은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공급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김 매니저는 “오픈AI 창업자인 샘 올트먼이 지난 4월 오클로 이사회를 떠나면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이를 오픈AI의 원전 계약 필요성에 따라 이해 상충 방지를 위해 물러난 것으로 봤고, 강한 호재로 판단해 펀드에 넣었다”고 말했다.

김 매니저는 국내 증시에선 8월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비율을 늘려 펀드 수익률을 끌어올렸다. 김 매니저는 AI 밸류체인(가치사슬) 전반에서 진입 장벽이 가장 높고 부가가치가 가장 큰 분야는 여전히 AI 인프라라고 진단했다. 그는 “AI 인프라 분야에서 ‘오픈AI-오러클-엔비디아’로 구성된 AI 동맹에 파트너 기업으로 활약하고 있는지가 성장성을 좌우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AI 서비스 분야에서도 아마존의 AI 쇼핑 도우미 루퍼스, 메타의 스마트 글라스처럼 대형 플랫폼을 가진 기존 기업들이 가시적인 결과를 내놓으며 우위에 서 있다고 봤다. 김 매니저는 “알고리즘, 데이터, 반도체 등 AI 독점 요소를 가진 빅테크와 AI 인프라 동맹 관련 기업에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