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홈플러스 매장 모습.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11월 3일 16시 5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홈플러스를 기초자산으로 삼은 공모펀드들이 감사의견에서 연달아 의견 거절을 받고 있다. 홈플러스 측과의 임대료 조정으로 대출 이자를 납입하지 못하는 등 유동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어서다.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인가 전 인수합병(M&A)이 성공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인수 능력에 의문 부호가 붙는 업체들만 참전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을 담은 이지스자산운용의 ‘이지스코어리테일부동산투자신탁126호’는 회계감사인으로부터 한정 의견을 받았다. 올해 중순 해당 펀드 차입금의 만기를 가까스로 연장하면서 한숨 돌리는 모습이었지만, 이번에 한정 의견을 받으며 불확실성이 커졌다.

이 펀드는 지난 4월 한 차례 의견 거절을 받은 바 있다. 당시 이지스운용 측은 “해당 펀드의 회계감사 진행 당시 본건 자산 전체를 책임 임차 중인 홈플러스의 기업회생 절차 개시 결정이라는 중대한 사유가 발생해 회계감사인으로부터 공정가치평가를 요청받았다”며 “그러나 회생 절차가 해당 자산의 평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공정가치평가를 반영한 수정 재무제표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해당 펀드는 2017년 홈플러스 전주효자점을 매입하면서 공모로 667억원, 선·후순위 대출로 1075억원을 조달했다. 한때 펀드 수익률이 60%에 달했지만, 현재는 13% 수준이다. 이 또한 수익을 실현하려면 전주효자점 매각이 이뤄져야 해 현재로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홈플러스 울산점과 구미 광평점, 시화점 등 3개 점포를 기초 자산으로 담은 유경PSG운용의 부동산 펀드도 3번째 감사 의견 거절을 받았다. 해당 펀드의 홈플러스 매장 인수 자금은 총 3002억원으로 이 중 1073억원을 공모로 조달했다.

홈플러스 평촌점을 보유 중인 KB평촌리테일리츠는 차입금 만기 대출 연장에 실패하면서 원리금 미상환 사태가 발생했다. 홈플러스 평촌점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한 뒤 2019년 임차보증금 유동화 과정에서 리츠에 편입됐다. 당시 인수 금액은 1030억원, 공모 금액은 317억원이었다.

홈플러스를 매입한 공모펀드들이 연달아 회계감사에서 의견 거절을 받는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며 투자금 손실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그나마 원금 손실을 줄이기 위해선 홈플러스가 매각에 성공하는 방법뿐이지만, 아직까지 실현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기업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달 31일 홈플러스 인수전에 인공지능(AI) 핀테크 기업 하렉스인포텍과 부동산 임대·개발업체 스노마드가 참전했다. 지난해 말 기준 하렉스인포텍의 매출액은 3억원, 영업손실은 33억원을 기록했다. 스노마드는 매출액 116억원, 영업이익 25억원을 냈다. 하지만 당기순손실이 73억원에 달했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3조7000억원인 만큼 이들 기업이 인수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홈플러스 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실제 홈플러스 인수전을 완주하긴 어려워 보인다”며 “만약 자금력 있는 후보자가 등장해 딜을 성사시키지 못한다면 임대료까지 낮춘 공모펀드들의 원금 손실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