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통합해 출범한 우리은행이 26년 만에 퇴직 직원 동우회를 통합하는 작업을 완료했다. 1970년대 설립된 상업·한일은행 동우회는 두 은행이 우리은행으로 통합한 후에도 지금까지 각각 따로 운영되고 있었다.
우리금융그룹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 꾸린 통합 동우회 사무실에서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통합 우리은행 동우회 출범 기념식’을 개최했다.
두 동우회는 친목과 상호 부조를 위한 퇴직 직원들의 자율적 모임으로, 우리은행이 1999년 합병된 이후에도 각각 ‘효자동 동우회(상업은행)’와 ‘을지로 동우회(한일은행)’라는 이름으로 따로따로 운영돼 왔다. 이렇다 보니 우리은행에서 함께 근무한 직원들이 퇴직 후에는 자신의 출신 은행별로 각자 다른 동우회에 가입해 왔다. 회원 수는 상업은행 동우회 2900여 명, 한일은행 동우회 3300여 명 정도다.
하지만 두 동우회는 통합한 지 20년이 넘어도 끊어내지 못하고 있는 우리은행의 계파 갈등의 원인 가운데 하나라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실제 우리은행에서 불거진 채용 비리나 각종 부당 대출이 알려진 배경에는 두 은행 출신 간 자리를 놓고 불거진 불만과 반목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 때문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강원 상업은행 동우회장, 유중근 한일은행 동우회장 등 양 동우회 간부들에게 동우회 통합 필요성을 설명했고, 두 동우회는 지난 1월 우리은행 창립 기념식 직후 동우회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다만 실제 통합 작업이 완료되기까지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들에 따르면 합병 전에 퇴직한 직원 회원들의 경우, 현재 무리 없이 운영되고 있는 동우회를 굳이 통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특히 동우회별로 매달 한 차례 소식지를 발행하는데, 이를 통해 옛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등을 알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도 꽤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합병으로 이 같은 소식을 받아볼 수 없는 게 아니냐며 불만이 제기됐다.
동우회 통합을 위해 기존 동우회가 해산하고, 재산도 처분해야 하는 절차가 진행됐다. 두 동우회는 각각 정관에 따라 ‘동우회 해산 및 회원·기금 이전을 위한 임시총회’를 열었다. 전체 회원 수의 20분의 1 이상이 의사정족수로 참석했고, 이들 가운데 과반이 찬성해 통합 작업을 완료했다. 통합 동우회 사무실은 기존 상업은행 동우회가 있었던 효자동 사무실을 리모델링해서 꾸렸다. 통합 동우회장은 당분간 기존 두 은행 동우회장이었던 강원 상업은행 동우회장과 유중근 한일은행 동우회장이 공동으로 맡기로 했다.
이번 동우회 통합에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의 역할이 적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 관료 출신인 임 회장은 한일·상업 어느 은행에도 속하지 않아 통합 활동에 대한 반경이 넓었다. 2023년 취임 직후부터 동우회 통합을 위해 분주히 뛴 것으로 알려졌다. 임 회장은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되며, 다음 달쯤 연임 여부가 정해진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으로 통합된 후 입행한 사람들의 퇴직 시점이 다가오는 지금 동우회가 통합해서 지속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등의 동우회 회장단의 설득 끝에 합병이 성사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