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뜨겁습니다. 코스피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연일 경신해 4100고지에 올랐습니다. 코스닥지수도 900선을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모두가 행복할 것 같은 강세장이지만, 시장 대비 수익률이 저조하다면 배가 아픕니다. 평가 손실을 보고 있다면 더 우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개별 종목 투자보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하는 것이 개인 투자자에게 더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따져 보니 맞는 말이었습니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올해 초부터 연중 수익률을 따져볼 수 있는 ETF는 366개였습니다. 레버리지·인버스형을 제외한 327개 가운데 324개(99.1%)가 지난해 말 대비 올해 10월 31일 기준 주가가 상승했습니다. 게임 업종 부진 속에서 ‘TIGER K게임’과 ‘RISE 게임테마’ ‘KODEX 게임산업’ 등 3개 종목만 연중 수익률이 -2% 안팎을 기록했습니다.
반면에 개별 주식은 하락 종목 수가 더 많습니다. 지난해 말 대비 10월 31일 기준 수익률을 따져볼 수 있는 코스피시장 951개 종목 가운데 284개(29.9%)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습니다. 코스닥시장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같은 기준 1729개 종목 가운데 693개(40.1%)가 올해 들어 주가가 내렸습니다.
시가총액을 가중하지 않고 단순 평균한 연중 주가 상승률도 코스피시장 개별 종목은 27.2%, 코스닥시장 개별 종목은 21%였습니다. 국내 주식형 ETF는 62.8로 압도했습니다.
쉽게 말해 개별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보다 ETF를 활용한 투자자가 성과가 더 좋았을 확률이 높을 것이란 의미입니다.
상품 특성과 시장 상황이 맞물린 결과입니다. ETF는 기초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입니다. ETF마다 기초 지수를 구성하는 종목과 그 비중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시가총액이 클수록 더 많이 담습니다. 펀드 매니저의 재량이 더 큰 액티브 ETF조차 비교 지수의 70%를 추종합니다.
올해 한국 주식시장을 견인한 종목은 대형주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등락비율(ADR)이 이를 잘 보여줍니다. 등락비율은 일정 기간 상승한 종목의 수를 하락한 종목의 수로 나눈 백분율 지표입니다. 보통 20거래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코스피지수가 종가 기준 최고치인 4107.5를 기록한 10월 31일에도 등락비율은 88.96%였습니다. 상승 종목보다 하락 종목이 더 많다는 의미입니다. 코스닥지수의 등락비율은 78.02%로 흔히 바닥권으로 평가받는 75%와 큰 차이가 없습니다. ETF처럼 시가총액 등을 토대로 일정 주기마다 리밸런싱(Rebalancing·투자 자산·비중 조정)하지 않았다면,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밖에 없는 시장 상황인 셈입니다.
물론 주가 흐름을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ETF에 투자했다면 ETF가 효자 노릇을 못했을 수 있습니다. 개인이 올해 들어 4120억원어치 사들인 ‘KODEX 인버스’는 연중 주가가 46.5% 하락했습니다.
이에 개인연금 계좌가 일반 주식 계좌보다 성과가 쏠쏠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개인연금 계좌로는 개별 주식은 물론 인버스·레버리지 ETF 투자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미 개인 연금(DC·IRP·연금저축) 계좌를 통해 ETF를 사들이는 투자자가 늘고 있습니다. 삼성증권의 경우 개인 연금 계좌에 ETF를 보유한 고객이 2023년 말 16만3100명에서 올해 9월 말 35만7000명으로 2배 넘게 늘었습니다. 같은 기간 1인당 ETF 보유액(잔고 ÷ 고객 수)도 1900만원에서 3050만원으로 증가했습니다.
개별 주식에 끌리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닙니다. 원익홀딩스처럼 1년 만에 ‘텐 배거(Ten-bagger·주식의 가치가 10배 이상 상승한 종목)’를 달성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국내 주식형 ETF 가운데 연중 수익률이 가장 높은 ‘PLUS K방산’은 3배 넘게 올랐고, ‘HANARO 원자력iSelect’ ‘TIGER 200 중공업’ 등도 190% 안팎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불쑥 포모(FOMO·기회를 놓칠까 두려워하는 것) 심리가 찾아올 장세에서 무작정 개별 주식에 투자하기보단 ETF를 활용하는 것을 고민해 봐도 좋겠습니다. 모두가 투자 재능이 있는 것은 아니고, 시장을 이기기는 더 어려운 법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