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무역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미국이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율도 25%에서 15%로 인하됐다. 관세 부담이 줄면서 그동안 눌려 있던 완성차 기업 주가도 오름세를 보였다.

다만 협상 타결 가능성이 주가에 미리 반영된 측면도 있는 만큼, 자동차 부품주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 기아 본사 빌딩 모습. /뉴스1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7000원(2.71%) 오른 26만5000원으로 정규장을 마쳤다. 이날 28만7500원에 거래를 시작, 28만9500원까지 오르며 최근 1년 중 최고가를 찍기도 했지만 매도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상승 폭이 줄었다.

기아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정규장 개장 직후 12만6200원까지 오르면서 최근 1년 중 최고가를 경신한 뒤 11만6200원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전날 대비 주가 상승률은 0.35%(400원)에 그쳤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두 번째 정상회담 끝에 무역 협상을 마무리했다. 자동차 품목 관세율도 기존 25%에서 15%로 인하됐다. 앞서 미국과의 무역 협상을 매듭지은 유럽연합(EU), 일본 등과 동등한 위치에서 경쟁할 수 있게 됐다는 의미다.

증권사들은 현대차와 기아의 이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관세를 현대차와 기아가 직접 부담할 필요는 없지만, 가격 경쟁력을 위해 인센티브(자동차 제조사가 딜러사에 지급하는 보조금) 부담이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박광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율 인하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의 연간 관세 부담이 합산 8~9조원대에서 5조원대로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관세율 인하로 현대차와 기아의 2026년 연간 영업이익 추정치를 각각 18.2%, 16.3% 상향 조정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이익 전망치가 올라가면서 하나증권, 대신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삼성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은 일제히 현대차와 기아의 목표주가를 높여 잡았다. 현대차는 28만5000~33만원, 기아는 14만~15만원 수준으로 목표주가가 상향 조정됐다.

30일 경기도 평택항에 수출용 자동차가 세워져 있다./연합뉴스

다만 완성차 업체 주가에 그동안 협상 타결 기대감이 반영돼 있던 탓에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매도 물량이 쏟아졌다.

관건은 현대차와 기아가 미국 시장에서 꾸준히 성과를 낼 수 있을지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형 자동차를 중심으로 미국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평균 판매 가격(ASP)이 올라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는 올해 3분기(7~9월) 신형 펠리세이드를 내놓았고, 기아는 2026년 1분기(1~3월) 신형 텔루라이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주주 환원 정책도 투자자들의 관심사다. 현대차와 기아의 배당 수익률은 현재 4.7%, 5.4% 수준이다. 특히 현대차는 2027년까지 3년간 보통주와 우선주를 포함해 총 4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할 계획인데, 증권가에선 올해 연말부터 자사주 매입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의 열에너지 관리 설루션 업체인 한온시스템은 전날 경영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관세 부담의 95%를 고객사, 즉 완성차 업체에 전가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한온시스템의 관세 부담이 예상치를 크게 밑돌면서 예상보다 빨리, 그리고 큰 규모로 관세 비용이 완성차 업체에 전가될 수 있단 점을 확인했다”며 “앞으로 다른 부품 업체들도 비슷한 흐름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인 완성차보단 부품사에서 주가 상승이 두드러질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