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10월 27일 13시 0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국내 최대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 인수를 추진하는 가운데, 인수금융을 제공하려는 금융기관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대출을 제공하는 입장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는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담보가 없는 등의 문제로 인해 기업가치 산정에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에이치PE는 최근 디시인사이드 기업 실사를 마무리했다. 에이츠PE 측은 지난주 빌딩 등 설비의 유효성·안정성·경제성을 평가해 매매 가격에 반영하기 위한 조사인 기술 실사(TDD·Technical Due Diligence) 최종 보고서를 받았다. 현재는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여러 금융사를 태핑(수요 조사)하는 상태다.
인수 대상은 경영권을 포함한 대주주 지분으로, 회사 측은 2000억원의 매각가를 원하고 있다. 디시인사이드가 이를 인정받으려면 상각전영업이익(EBITDA) 92억원에 22배의 멀티플(배수)을 적용해야 한다. 통상 온라인 플랫폼 업체가 16~18배의 멀티플을 적용받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선 상당히 높은 축에 든다. 다만 디시인사이드와 성격이 비슷해 자주 거론되는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의 경우 기업가치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V/EBITDA)이 240배에 달한다.
에이치PE는 이 중 1000억원 정도를 인수금융으로 조달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마지막 기업 실사가 얼마 전에 끝난 만큼 가격 협상을 거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추석 연휴 이후 인수금융을 태핑 중인데, 금융기관들은 신중하게 접근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시장에서는 디시인사이드의 안정적인 캐시플로우(현금흐름)를 증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한다. 디시인사이드의 지난해 매출은 207억원, 영업이익은 90억원으로 영업이익률은 44%에 달했다. 회사 측은 디시인사이드가 부채비율은 30%에 불과하며 무차입 경영을 이어왔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디시인사이드는 커뮤니티커넥트의 100% 자회사로, 설립자인 김유식 대표는 커뮤니티커넥트 지분 약 10%를 보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머지 90%는 개인 자산가가 갖고 있다.
그러나 정보의 양과 방문자 수에 따라 수익 변동이 크다는 온라인 커뮤니티 특성이 장애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디시인사이드는 네이버·구글·유튜브·다음에 이은 국내 트래픽 순위 5위 웹사이트다. 이를 기반으로 한 광고로 수익을 내고 있다. ‘갤러리’라고 불리는 다양한 게시판이 존재하지만 최근엔 정치 글 비중이 늘면서 편향성이 커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잡코리아도 자산 없는 온라인 플랫폼이라 접근이 쉽진 않았는데, 주요 고객이 개인이 아닌 기업이고 채용 시장에서 안정적인 매출이 나오고 있어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는 이유가 됐었다”면서 “반면 디시인사이드는 매출 보장이 되는 명확한 고객이 없는 데다가 정치적으로 민감한 측면이 있는 커뮤니티다 보니 회의적인 분위기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부분의 인수 자금을 에쿼티(자기자본)로 조달하는 방안도 거론하고 있다. 에이치PE는 지난해 2000억원 규모로 첫 블라인드 펀드 ‘에이치 제1호 사모투자합자회사’를 조성했다. 이후 임플란트 제조업체 디오,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업체 레페리 등에 투자했으며 50% 조금 넘게 소진됐다. 에이치PE는 비슷한 규모의 2호 블라인드 펀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