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3800선을 뚫으며 새 역사를 썼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 지수 추종 상장지수펀드(ETF)는 아직 최고가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구성 종목의 차이도 있지만, 원화 가치 약세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아이셰어즈 MSCI 한국지수(Ishares MSCI South Korea·EWY)' ETF는 밤사이 뉴욕증시에서 89.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0.93%(0.83달러) 올랐다. 장중 90달러 선을 넘어서기도 했다. 국내 증시 활황에 힘입어 연중 상승률이 75%에 달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하지만 코스피지수가 전날 종가 3883.68로 신기록을 세웠음에도 EWY는 여전히 역대 최고가를 넘어서지 못했다. EWY의 최고가는 2021년 1월 8일 장중 기록한 96.3달러다. 같은 날 코스피지수 종가는 3152.18이었다.

구성 종목에 차이가 있다. EWY는 MSCI 한국지수를 추종한다. MSCI 한국지수는 MSCI 스탠다드(대형+중형주)지수 내 한국 증시 상장 종목을 기준으로 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총 86개 종목이 편입돼 있다. 다만 코스피시장 종목뿐만 아니라 알테오젠, 에코프로, 에코프로비엠 등 코스닥시장 종목도 담고 있다.

다만 코스피지수와 EWY의 격차가 벌어진 더 결정적 요인으로 환율이 꼽힌다. EWY가 최고가를 찍었던 2021년 1월 8일 당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1087.7원이었다. 현재는 1430.1원으로 31.5% 올랐다. 그만큼 원화 가치가 하락했다는 의미다.

코스피지수 합산 시가총액을 달러 기준으로 환산하면 명확하게 드러난다. 2021년 1월 8일 코스피지수 합산 시가총액은 2082조9500억원이었고, 사상 최고치에 오른 전날에는 3104조9400억원이었다. 49.1% 불어났다. 하지만 달러로 환산해 보면 증가 폭이 13.4%로 줄어든다.

높은 원·달러 환율의 원인은 여러 가지가 꼽힌다. 한·미 후속무역협상이 아직 진행 중이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對)미국 투자펀드를 두고 한·미 간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 경제 내 유동성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시중 유동성을 보여주는 광의통화(M2) 증가율은 8월 기준 8.5% 수준으로 2022년 6월 이후 가장 높다. 쉽게 말해 돈이 많이 풀렸다는 뜻으로, 그만큼 원화 가치도 하락한다.

증권사들은 코스피지수 전망치를 4000선 안팎까지 상향 조정하고 있고,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예측대로라면 EWY도 최고가를 경신할 수 있다.

하지만 경고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류진이 KB증권 연구원은 “월간 기준 데이터를 살펴보면 개인 거래 대금 대비 신용융자 잔고 비율이 올해 7월 12.4%에서 8월 말 17.4%까지 상승했다”며 “내년 중 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가 재점화할 경우, 글로벌 금리 상승 압력과 함께 국내 증시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레버리지 투자 부작용이 금융시장 안정성을 위협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웅찬 iM증권 연구원도 “국내 자산 부양 효과의 부작용도 조금씩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내년 증시의 추가 상승 재료를 계산해야 할 때가 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