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광동제약의 자사주 기반 교환사채(EB) 발행 결정에 제동을 걸었다. 금감원이 지난 20일부터 EB 발행 관련 강화된 공시 기준을 적용한 가운데, 개정 기준에 따른 첫 정정명령이 내려진 것이다.
23일 금감원은 광동제약이 지난 20일 제출한 두 건의 주요사항보고서(자기주식처분결정·교환사채발행결정)에 정정 명령을 부과했다. 금감원이 EB 발행 공시에 제동을 건 건 지난 7월 태광산업 이후 처음이다.
금감원이 정정 명령을 내린 이유는 광동제약이 제출한 EB 발행 계획 공시가 강화된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기업이 자사주 활용을 충분히 검토하고 동시에 투자자에게도 투자 판단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공시 기준을 강화했음에도, 이 취지에 부합하지 않게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금감원은 ‘기타 투자판단에 참고할 사항’에 기재된 내용이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에 부합하지 않다고 봤다.
금감원의 개정 공시 기준에 따르면, 기업은 투자 판단에 참고할 사항에 ▲타 자금조달방법 대신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발행을 선택한 이유 ▲ 발행시점 타당성 검토 내용 ▲기존 주주이익 등에 미치는 영향을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한다.
하지만 광동제약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사주를 활용하는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앞서 광동제약은 25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대상으로 하는 무이자 EB를 대신증권에 발행한다고 20일 공시했다. 교환대상은 광동제약이 보유한 자기주식 379만3626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7.24%에 해당한다. 교환가액은 주당 6590원으로 책정됐다.
광동제약은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에 대해 “당사는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차입, 보유 금융상품 처분 등을 통하여 자금을 조달하여 왔으나, 매 사업연도 차입금의 증가 등 기존 자금조달 방식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다”며 “타 자금조달 방식 대비 발행비용과 금융비용 절감 효과가 큰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단순히 차입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자사주를 자금 조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설명만으로는 금감원의 심사 문턱을 넘기 어렵다는 의미다.
광동제약은 또 계열사 프리시젼바이오가 발행한 전환사채(CB)의 조기상환청구(풋옵션) 기간이 도래함에 따라 EB 발행을 통한 지원이 불가피했다고 덧붙였지만, 금감원은 이 역시 자사주를 활용한 EB 발행 사유로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은 또 “회사가 EB를 발행한 이후 재매각 계획이 없다고 기재했는데, 이 부분도 사실과 다르다는 게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융감독원은 전날 EB 발행 공시를 낸 반도체 제조용 기계 제조업체 테스의 계획도 면밀히 심사하고 있다. 테스는 전날 157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대상으로 EB를 발행한다고 밝혔다. 교환대상은 테스가 보유한 자기주식 30만주로, 전체 발행주식의 1.5% 규모다.
테스 역시 “금융비용 부담을 최소화하고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보유 중인 타법인 주식이 대부분 비상장주식으로 시장성이 떨어져 자사주 EB를 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반도체 ‘슈퍼사이클’ 진입 시점을 강조하며 지금이 EB 발행 적기라는 점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