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사모(私募)펀드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투자처로 꼽힌다. 소수 투자자를 모아 주식·채권·부동산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사모펀드는 최소 가입 금액이 1억원 정도라 웬만한 자산가가 아니라면 접근 자체가 어렵다. 또 세세한 운용 상황이 공개되지 않아 자산가조차 어떤 상품에 투자해야 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라임·옵티머스 사태 이후 사모펀드의 신뢰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의 자산운용 자회사인 아젤리아(Azalea)자산운용이 사모펀드에 대한 국내 자산가들의 접근성을 높이겠다며 도전장을 내밀고 나섰다. 아젤리아는 삼성증권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이르면 내년 초 투자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지난 18일 한국을 찾은 추엔야우 아젤리아자산운용 CEO는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아젤리아의 투자 철학과 특징은 만기가 비교적 짧고, 자기자본을 먼저 투자함으로써 ‘J커브’(장기간 투자를 위해 펀드 설정 초기 손실이 발생하는 것)를 완화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밝혔다.
투자 상품을 개발하면서 아젤리아는 시장 조사부터 나섰다. 사모펀드가 주요 투자처로 선호되지 않는 이유를 분석한 것이다. 조사 결과, 아젤리아는 사모펀드가 가진 몇가지 한계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많은 자산가가 누가 좋은 펀드 매니저인지 판단하기 어려워했다. 장기간 돈을 묶어 놔야 하고, 여러 번 이뤄지는 캐피탈콜(요청이 있을 때 약정 금액을 비율에 따라 투입하는 것)이 귀찮다고도 했다. 무엇보다 J커브를 감당해야 하는 게 불안하다는 투자자가 많았다.
아젤리아는 삼성증권과 협업해 국내 투자자 수요를 반영한 투자 상품을 개발 중이다. 이르면 내년 초 차별화된 전략을 구사하는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특히 추 대표는 한국 투자자들이 ‘배분금’ 상품에 관심이 많은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정해진 만기 후에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존 사모펀드와 달리 중도 환매가 가능한 ‘에버그린 전략’을 사용하면서 분배금을 지급해 자산 관리할 수 있는 전략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보다 더 고수익을 추구하는 공격적인 성향의 투자자를 위해서는 공동 투자하는 전략도 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싱가포르 고액 자산가 사이에선 이미 이 전략이 새로운 투자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비상장 기간이 길어지면서 투자자들이 프라이빗 마켓(사모대체시장)에 투자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이다.
추 대표는 “사모펀드는 역사적으로 가장 긴 트랙레코드를 갖고 있고 견조한 성과를 내고 있다”며 “시간이 흐르면서 사모펀드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상품 구조도 지속적으로 발전해 왔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운용사와 공동 투자에 나서는 상품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상품은 개별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기업가 성향의 투자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한다.
그는 “아젤리아는 상당히 좋은 ‘딜(deal)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곳이라고 강조했다. 많은 글로벌 금융사가 아젤리아를 중요한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고 시장에 흥미로운 기회가 있을 때 아젤리아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때문에 수익성 높은 투자에 참여할 기회가 많다는 것이다.
2015년 테마섹이 설립한 아젤리아는 사모대체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접근성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사모펀드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2020년 테마섹 계열사 세비오라그룹이 출범한 이후 세비오라홀딩스의 100% 자회사로 편입됐고, 그룹 운용자산은 2025년 6월 30일 기준 약 600억달러(약 85조원)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