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가중 방식으로 투자 종목을 담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시가총액 가중 방식 ETF보다 부진한 성과를 내고 있다. 미국이나 국내 증시에서 모두 소수 대형주가 상승 랠리를 이끄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ETF 순자산은 올해(1월 2일~10월 17일) 들어 935억원 줄었다. 주식형 ETF 가운데 여섯째로 자금 이탈 규모가 컸다.

올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가 상승했는데도 이 지수를 기초로 한 ETF에서 대규모 자금이 이탈한 이유는 해당 ETF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탓이다. S&P500지수는 올해 13.6% 상승하면서 사상 처음 6600선을 돌파했지만,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의 연중 주가 상승률은 3.7%에 그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종목의 편입 비율이 해당 ETF의 수익률을 끌어내렸다. 동일가중 ETF는 구성 종목별 비중을 모두 비슷하게 설정하는 구조다. 예를 들어 S&P500지수 내 시가총액 1위인 엔비디아와 500위인 뉴스코퍼레이션(B주식)의 시가총액 가중 방식 비중은 7.4%와 0.01%로 약 740배 차이다. 하지만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 내에선 0.2%와 0.05%로 격차가 4배 수준이다.

최근 S&P500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을 중심으로 상승했다. ▲엔비디아 32.5% ▲마이크로소프트 22.7% ▲메타 플랫폼스 19.6% ▲브로드컴 50.6% ▲알파벳(구글) 33.1%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 S&P500지수 시가총액 하위 종목은 ▲뉴스코퍼레이션 -2.8% ▲카맥스 -47.2% ▲이스트먼 케미컬 -30.8% ▲헨리 셰인 -8.1% ▲LKQ 코퍼레이션 -17.1% 등으로 주가가 부진했다.

동일가중 ETF는 결과적으로 주가 상승률이 높은 종목을 덜 편입하고, 주가 상승률이 낮은 종목을 더 많이 담는 상황에 놓였다.

동일가중 ETF는 특정 종목 쏠림에 따른 리스크를 분산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지만, 방어력도 한계를 보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발표로 증시가 급락했던 지난 4월 2일부터 8일까지 S&P500지수가 12.1% 하락하는 동안, TIGER 미국S&P500동일가중도 8% 내렸다.

한국 지수를 추종하는 ETF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코스피200지수의 연중 상승률은 65%를 웃돌지만, 이를 동일가중 방식으로 따르는 삼성자산운용의 ‘KODEX 200동일가중’의 같은 기간 주가 상승률은 40%를 밑돈다.

코스피200지수 역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의 상승 기여도가 두드러진 상황에서 동일가중 방식에선 반영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3개월로 좁혀보면 코스피200지수가 21% 넘게 뛰는 동안 KODEX 200동일가중은 1% 오르는 데 그쳤다.

인공지능(AI) 테마를 중심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동일가중 ETF가 부진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 국내 증권사 시황 담당 애널리스트는 “종목 장세가 아닌 대세 상승장에선 동일가중 방식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며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측면에서도 S&P500지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하위 종목보다 앞서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