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정서희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6일 15시 2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몸값에 대한 눈높이 차이로 안 그래도 난도 높았던 상장사 인수합병(M&A) 시장이 더 얼어붙을 상황에 처했다. 1, 2차에 이어 더 강화된 3차 자본시장법·상법 개정안이 연내 처리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의무공개매수 도입, 사모펀드 공시의무화 등 규제 법안이 잇달아 논의되면서다.

투자은행(IB) 업계·정치권 등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선 일정 지분율 이상을 취득해 최대주주가 된 자는 소액주주 지분도 일정 부분 사야 한다는 의무 공개매수제도 도입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미 여러 자본시장법·상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황으로 M&A로 인수하는 지분이 25% 이상인 경우 여당 측은 ‘잔여 주식 전량 매수’, 야당 측은 ‘과반(50%+1주) 매수’로 세부 의견은 갈린다. 하지만 여야 모두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 사이에서 의견이 절충돼 제도 도입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입법 취지는 M&A를 통해 그간 대주주만 이득을 봤던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 주주들도 함께 누릴 수 있게 하자는 것이다.

하지만 IB업계에선 한숨 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정부 당국이 소액주주 보호를 제고하는 강도 높은 법안을 잇달아 마련하면서 갈수록 상장사 M&A를 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프리미엄이 줄어드는 대주주는 매각할 이유가 줄고, 인수자는 돈을 더 써야 해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상장사 매물을 사고팔아야 하는 사모펀드(PEF)의 고민이 많다. 경영권 지분에 더해 소수 주주 지분까지 공개매수하게 되면 전체 인수 총액이 불어나게 돼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는 탓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사를 인수할 때는 잠재 수익률 감소를 걱정해야 하고, 매각할 때는 소액주주 지분까지 사줄 곳을 찾아야 해 눈높이를 낮춰야 하게 생겼다”면서 “이미 상법상 이사의 주주 충실 의무 도입 이후 롯데렌탈처럼 소액주주 반발로 M&A 절차가 지연되고 있는 곳이 나오고 있어 관망세로 돌아선 하우스도 있다”고 했다.

시장에선 정부와 국회의 정책 방향이 M&A 등 경영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은 연내 처리를 목표로 자사주 소각 의무화 도입을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앞서 민주당은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을 확대한 상법 개정안에 이어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한 추가 상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사모펀드를 타깃으로 하는 추가 규제도 속속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사모펀드를 상대로 공시 의무를 부과하는 법령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의 ‘홈플러스 사태 해결 TF’ 단장인 유동수 의원은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할 때 LBO 방식(차입매수)을 활용하는 것을 막는 일명 ‘MBK 방지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다른 사모펀드 관계자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 저평가)’를 해소하려는 정부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원래도 상장사 M&A는 원매자와 매도자 간 가격에 대한 기대치가 달라 어려웠는데, 이제는 소액주주 의견까지 고려해야 하니 난도가 너무 높아졌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