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코스피지수가 3800선을 돌파하며 다시 한번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달 초부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온 지수가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갈아치운 데는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이 완화된 영향이 컸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5.80포인트(1.76%) 오른 3814.69를 기록했다. 지수는 26.51포인트(0.71%) 오른 3775.40으로 출발해 장 초반 하락 전환해 3728.38까지 밀렸다. 이후 다시 오름세로 전환했고 오전 11시 40분쯤 사상 처음으로 3800선을 넘어섰다. 코스피는 오후에도 힘을 내 장중·종가 모두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17일 달성한 사상 최고치(3794.87)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기관투자자는 643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올해 5월부터 지수 상승을 견인해 온 외국인은 이날 2504억원 매도 우위다. 개인도 4088억원어치 팔아치우며 차익을 실현했다.
전 거래일(10월 17일)에는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중국 데이터센터용 서버칩 공급사업 철수 소식을 계기로 미중 무역 갈등 확대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한 채 거래를 마감했다. 당일 애프터마켓에서도 기준가 대비 2% 가까이 떨어지며 상승세에 찬물을 끼얹었다.
그러나 주말 사이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긴장에 따른 우려가 잦아들면서 이날 재차 상승할 여건을 갖췄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회의가 열리는 한국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말하면서 “대중 100% 관세가 지속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게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내외 이슈들이 훈풍으로 작용하며 코스피가 장중 전대미문의 3800 고지에 도달했다”면서 “미국 증시가 무디스 등 신용평가기관의 코멘트와 지역은행들의 견조한 실적으로 부실대출 우려를 잠재웠고, 미중 협상 기대감 또한 더해지면서 상승 전환해 글로벌 증시에 긍정적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대부분의 쟁점에서 실질적인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것도 국내 증시에 청신호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APEC 이전 한미 통상협상 결과가 도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더해지면서다. 이에 따라 유가증권시장에서는 무역 분쟁 완화 수혜주로 꼽히는 현대차, 기아 등 자동차 업종이 강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에선 SK하이닉스가 2만원(4.30%) 오른 48만5500원에 거래를 마치며 시가총액 350조원을 돌파했다. 창사 이래 최초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돌파 전망과 글로벌 인공지능(AI) 및 반도체 업황 호재 전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미반도체와 코스닥 시장 상장사 원익홀딩스 등 장비주도 동반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총수 일가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1조7000억원 규모 주식 처분 예고 소식에 상대적 약세를 보였다.
정부가 부동산 규제에 나서면서 부동산 시장에서 주식 시장으로의 ‘머니무브’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에 업종 전반이 상승세를 보인 것도 코스피 급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특히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부국증권 등 증권 업종이 급등했다.
코스피는 이달 들어 3500선과 3600선, 3700선을 1∼4거래일 간격으로 연달아 넘어서며 역대 신고가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추석 연휴 전날인 지난 2일 3549.21로 거래를 마감해 사상 처음으로 3500대에 올라선 뒤 연휴 종료 직후인 10일에는 3610.60으로 장을 마쳤다. 이어 16일에는 3748.37을 기록했고, 17일에는 장중 한때 3794.87까지 치솟았다.
증권가에선 연말 코스피지수 밴드를 상향 조정하며 ‘사천피’(코스피 4000)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 밴드 상단을 4050포인트로 조정한다”며 “한국 증시 이익 모멘텀 상향 조정을 견인하는 것은 반도체 업종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닥지수도 전 거래일 대비 16.23포인트(1.89%) 오른 875.77을 기록했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1407억원, 678억원 순매수했고 개인이 홀로 1979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알테오젠, 펩트론, 파마리서치, HLB 등 바이오텍 대형주가 상승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에 대한 정부 투자 기대감과 테슬라의 ‘옵티머스’ 부품 대량 주문 소식에 2만2000원(6.64%) 오른 35만3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 거래일보다 2.0원 내린 1419.2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