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손민균

이 기사는 2025년 10월 17일 17시 0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최근 신한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을 상향 조정한 반면 한국투자증권은 고위험·고수익 전략에 따른 재무 건전성 우려를 지적하며 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췄다. 무디스가 보수적으로 모험자본 투자보단 모기업 지원 등 안정적인 ‘뒷배’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평가가 종합투자계좌(IMA) 사업자 인가를 앞둔 한국투자증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17일 신용평가업계에 따르면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장기 외화표시 기업신용등급(issuer rating)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기존 ‘Baa2’에서 ‘Baa3’로 낮췄다. ‘Baa3’는 투자적격 등급 내에서 가장 낮은 단계다. 단기 등급은 ‘P-2’에서 ‘P-3’로, 독자 신용도(Standalone assessment)는 ‘Ba1′에서 ‘Ba2′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의 투자등급 기준은 최고등급인 Aaa부터 투자적격등급 중 가장 낮은 Baa3까지 4개 등급군, 10단계로 구성된다.

무디스가 신용등급을 낮춘 이유는 한국투자증권의 위험 선호도가 동종 업계보다 높고, 자금조달 구조가 약화한 점 때문이다. 지난 6월 30일 기준 한국투자증권의 위험 선호 비율은 24.5%로 나타났다. 이는 경쟁사 평균(20%)을 웃도는 수준이다. 아울러 무디스는 한국투자증권의 막대한 발행어음 규모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불일치가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투자증권의 발행어음 잔액은 18조원으로, 자기자본의 174%에 달한다. 지난달 말에는 모기업인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를 상대로 9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진행했다.

무디스는 반면 신한투자증권의 등급 전망은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상향했다. 근거로는 레버리지 비율 개선, 우호적인 영업 환경, 수익성 회복 등을 꼽았다.

무디스는 “신한투자증권은 최근 몇 년간 내부통제 이슈가 있었지만, 전사적 내부통제 체계 강화와 디지털 투자가 향후 이익 변동성을 완화하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모회사인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의 100% 자회사로서 계열사 내 이익 기여도가 높아진 점, 금융그룹 내에서 가지는 자본시장에 대한 장기적·전략적 중요성을 이번 등급 조정에 반영했다.

업계에서는 무디스가 ‘모기업 지원 가능성’을 신용도 평가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는 점에 주목한다. 증권업은 본질적으로 많은 리스크 요인을 안고 있으며 자본 구조가 다른 금융사들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모기업이 어디인지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의 독자신용등급은 한국투자증권과 비슷한 ‘Ba1′이지만, 최종 등급인 장기외화등급은 4단계 뛴 ‘A3′에 해당한다. 무디스 측은 신한투자증권의 모기업인 신한지주가 기업가치(밸류업) 제고를 위해 자회사들의 위험가중자산 성장을 제한하고 있고, 신한투자증권이 은행 계열 증권사이기 때문에 모기업을 통한 자금 조달 접근성이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무디스의 이번 결정이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신용도 평가에 미칠 여파는 크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IMA 사업 인가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IMA 사업자는 원금 지급 의무를 지니고 있어 재무 건전성을 평가에 중요하게 반영할 수밖에 없는 탓이다. 특히 무디스가 지적한 단기 자금 조달에 대한 높은 의존도, 높은 위험 선호도 등은 주요 점검 항목인 위험 관리 능력과 맞닿아 있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무디스가 평가한 증권사별 장기외화등급을 보면 신한투자증권을 비롯해 IBK투자증권·KB증권·NH투자증권 등 은행을 모기업으로 둔 곳들은 ‘A1~A3′ 등급에 분포돼 있는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 등 그렇지 않은 곳은 ‘Baa2~Baa3’ 등급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무디스가 S&P 등 다른 글로벌 신평사보다 보수적인 편이기도 하고 외화를 기준으로 한 신용평가이기도 해, 국내 신용평가사 등급엔 크게 변동이 없을 전망”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