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에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폭등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에서는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허용되지 않는 만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베팅해 수익률을 극대화하려는 투자자들이 해외 시장에서 대안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외에 상장된 ETF의 특성상 괴리율이 크게 벌어질 수 있고, 해외 상장 ETF 매매 수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양도소득세가 부과되기 때문에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17일 홍콩증권거래소에 따르면,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 2X 레버리지’ ETF는 이날 오전 장중 전 거래일 대비 17.64%(1.615홍콩달러) 오른 10.770홍콩달러에 거래됐다.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4%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2배 레버리지 상품이지만, 상승폭이 기초자산 등락률의 네 배 수준에 달했다.

이런 현상은 상장일인 전날에도 있었다. 같은 날 국내 증시에서 SK하이닉스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7.1% 올랐는데, ETF 가격은 상장가(7.776홍콩달러) 대비 17.73%(1.379홍콩달러) 상승한 9.155홍콩달러에 마쳤다.

홍콩 자산운용사 CSOP자산운용은 SK하이닉스 주가의 일간 등락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이 ETF를 16일 홍콩증권거래소(HKEX)에 상장했다. 지난 5월 삼성전자 단일 종목을 기초로 한 2배 레버리지·인버스 ETF를 출시했는데, 투자 수요를 확인한 뒤 곧바로 상품군을 확대한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큰 폭 오르는 시기에 맞물려 레버리지 상품이 등장하자 국내 투자 자금이 대거 몰렸다. CSOP자산운용에 따르면 이날 오전 거래대금은 3000만홍콩달러로, 상장 첫날(16일) 전체 거래대금(1500만홍콩달러)의 두 배에 달했다.

앞서 SK하이닉스는 주가 급등세와 특정 계좌의 매수 관여율 과다로 지난 13일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됐고, 이에 따라 5거래일간 신용거래가 제한됐다. 개인 투자자들은 통상 레버리지 효과를 위해 신용거래를 활용하는데, 당분간 신용거래가 막히자 그 대안으로 해외 레버리지 ETF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2배 레버리지 상품 또한 지난 5월 출시 이후부터 전날까지 187% 넘게 상승하며 같은 기간 삼성전자 본주 상승률(81%)의 두 배를 웃돌았다. CSOP자산운용은 “지난 5월 상장한 삼성전자 레버리지 상품 수요 중 60%는 한국 투자자”라고 했다.

당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급등하면서 해당 ETF에 투자한 이들도 막대한 수익을 낼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만큼 투자 위험도도 높다.

전문가들은 레버리지 ETF가 상승장에서는 초과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하락장에서는 ‘음의 복리 효과’로 손실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상품 가격이 하루 10% 하락했다가 다음날 10% 오르면 원금을 회복하는 것이 아닌, 그보다 더 낮은 가격이 된다”며 “레버리지 상품은 장기 투자 관점에서 접근하면 안 된다”고 했다.

단기간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 괴리율이 확대되는 등 단기 변동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해당 ETF는 해외 증시에 상장된 데다, 단일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 레버리지 ETF다. ▲거래시간 차이 ▲유동성공급자(LP)의 호가 관리 ▲환율 변동 ▲수요 쏠림 등의 요인으로 변동성이 더 커질 수 있다.

이제충 CSOP자산운용 상무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컸던 만큼 SK하이닉스 레버리지 상품에는 상장 첫날 매수세가 몰리며 오전 한때 괴리율이 크게 벌어졌다”며 “전날에는 호가를 제시하는 유동성공급자(LP)에 스프레드 관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환율도 주요 변수다. 홍콩달러 기반 상품인 만큼 SK하이닉스 주가가 올라도 원화 대비 홍콩달러 가치가 하락하면(환율이 내리면) 실제 투자 수익은 줄어들 수 있다.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에 사실상 연동돼 달러화 흐름을 따라가는 구조다.

해외 상장 ETF의 매매차익에 과세가 이뤄지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해외에 상장된 ETF 매매차익이 250만원을 넘으면 초과분에 22%의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국내 단일 종목 주식의 경우 대주주(지분 50억원 이상)가 아니라면 양도소득세가 면제되고, 0.15%의 증권거래세만 부담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