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투자가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해당 ETF 상품을 내놓은 운용사들이 투자 주의보를 내리는 동시에 이벤트를 진행해 빈축을 사고 있다. 최근 금값이 뛰고 수요가 몰리면서 국내 금 시세가 국제 시세보다 비싼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되자, 국내 금 시세를 따르는 ETF에 대한 투자 유의 공시를 내면서도 관련 ETF를 매수하면 선물을 증정하는 식이다. 운용사가 투자자 혼란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지난 1일부터 ‘행운의 골드찾기’ 이름으로 금 현물 ETF 신규 매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이달 말까지 자사 ETF를 10주 이상 사면 ‘골드템’ 경품을 추첨을 통해 증정한다.

미래에셋자산운용도 자사 금 현물 상품을 포함한 증시 주도주 ETF를 10주 이상 매수 시 추첨을 해서 순금 한돈 금반지를 준다고 광고하고 있다. 이 이벤트는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31일까지 진행된다.

한국투자신탁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오는 31일까지 자사 금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관련 매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각 사 제공

국내 금 현물에 투자할 수 있는 ETF는 한투운용의 ‘ACE KRX금현물’과 지난 6월 출시된 미래에셋운용의 ‘TIGER KRX금현물’ 등 두 개다. 모두 기초지수로 ‘KRX 금현물 지수’를 추종한다.

두 ETF는 금값 상승에 최근 3개월간(7월 16일~10월 15일) 52% 급등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들은 각각 4140억원, 3222억원 규모로 사들였고, 개인 순매수 3위와 6위를 기록했다.

김치 프리미엄 덕분에 해당 ETF에 투자한 이들은 상당한 수익을 보고 있지만, 김치 프리미엄이 꺼질 경우 투자자 피해가 예상된다.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될수록 가격이 단기적으로 조정될 위험은 커진다. 실제로 올해 2월 프리미엄이 갑자기 꺼지면서 ACE KRX금현물 가격이 9거래일간 16% 급락하기도 했다.

15일 기준 KRX금시장의 금값과 국제 금값 사이의 괴리율은 18.56%로, 이달 1일(9.81%)과 비교해 약 2배로 늘어났다.

투자 위험이 커지자 해당 ETF를 내놓은 두 운용사는 투자 주의보를 내렸다. 한투운용은 10월 1일부터 매 거래일 투자 유의 공시를 내고 있다. 미래에셋운용도 같은 날부터 투자 유의 공시를 올렸다. 국내 금값 또한 국제 금값을 기반으로 움직이지만 여기에다 달러화 환율, 국내 수급 등으로 인해 변동된다는 점을 강조하며 투자 시 유의하라는 내용이다.

다만 괴리율 확대는 투자자가 직접 찾아봐야 알 수 있는 공시나 공지 수준에 그친다. 이벤트를 홈페이지 팝업과 보도자료를 통해 안내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셈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선 과도한 금 투자 열기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한국거래소는 당초 오는 20일부터 31일까지 금 현물 계좌 신규 개설·거래실적을 충족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골드바 등 경품 지급 이벤트를 열 계획이었다. 여기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키움증권이 참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거래소는 최근 이벤트를 잠정 보류하기로 했다. 거래소는 지난달 26일과 이달 1일 두 차례에 걸쳐 금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유의 안내 조치를 했는데, 이 시점에서 마케팅을 진행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거래소가 해당 이벤트를 다시 추진할 계획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투운용과 미래에셋운용은 현재 진행 중인 이벤트는 일정대로 유지할 계획이다. 운용사 측은 “일정과 참여 방법을 이미 공지하고 진행한 이벤트였다는 점에서 기존 참여 고객과 참여를 계획 중이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투운용은 당분간 이벤트 참여를 독려하는 광고나 안내는 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