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 시세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금값이 온스당 4100달러를 돌파하면서 천장을 뚫었다. 골드바는 품귀 현상을 빚고 있고, 금 시세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가격은 연일 치솟고 있다.

금값이 가파르게 오르면서 시중 자금이 몰리고는 있지만 상당수 투자자는 금값 상승세가 앞으로도 지속할지 반신반의하는 모양새다. 과거 금값을 끌어올리던 환경과는 다른 상황에서 금값이 이례적인 급등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값 급등세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 셈이다.

그동안 금은 전통적인 안전자산으로 꼽혔다. 위험자산인 주식 가격이 하락할 때 금값이 오르고, 금 시세가 미 달러 가치와 미 채권 가격과 동행하는 흐름을 보인 이유는 이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금의 변함없는 가치를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을 방어하는 헤지(위험 분산) 수단으로 활용해 왔다. 물가 상승 국면에서 금 수요가 몰려 금값도 오른다는 얘기다.

금 가격이 온스당 4100달러를 넘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금값이 48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로이터=연합뉴스

그런데 과거 공식만 생각하면 지금 금값 급등을 이해하긴 쉽지 않다. 달러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미국 주식시장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도 낮다. 미 연준이 완화적인 통화 정책 사이클에 들어서 추가 금리 인하를 저울질하고 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값 상승 원인을 두 가지 꼽았다. 경기 부양을 위해 각국 정부가 푼 막대한 예산과 완화적인 통화 정책으로 시중에 풀린 유동성이 금을 비롯한 전반적인 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고, 안전자산이던 채권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자 대안으로 금이 더 주목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금을 매입하는 기관들은 주요국의 급증한 재정적자와 정부 부채에 대한 신뢰가 낮아졌다”며 “채권의 안전자산 역할을 금이 대신하면서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값이 급등하는 요인이 다양했던 만큼, 앞으로 금값 추이를 내다보는 전망도 고차방정식이 될 수밖에 없다. 윤여삼 연구원은 “금 투자자들은 정치적 관점에서 주요국의 금 수요와 동시에 경제적 관점에서 ‘유동성+재정 신뢰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재정 신뢰성의 바로미터가 된 초장기 금리의 민감도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 기억해야 할 것은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채가 제 지위를 되찾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채권이 안전 자산으로의 지위를 회복해 채권 선호가 재개되면 금으로 몰렸던 자금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금리 인하 시기에 안전자산 간 경쟁에서 금이 미 국채에 밀려버릴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가격이 치솟는 금에서 당장 발을 빼기 쉽지 않겠지만, 안전자산을 구성할 때 금과 함께 미국채를 일정 부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