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 5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으나, 증권사들은 이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이 실질적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미·중 무역분쟁에 따라 해상 물동량이 줄면서 상선 발주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한화오션 주가에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한화오션은 15일 오전 10시 기준 10만6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날보다 주가가 3.2%(3300원) 올랐다. 지난 7월 이후 처음으로 주가가 10만원 선을 밑돌았던 전날과 다른 분위기다.

한화오션 주가는 전날 큰 폭 하락했다. 중국 상무부가 한화오션의 자회사 한화쉬핑을 비롯해 한화필리조선소, 한화오션USA인터내셔널, 한화쉬핑홀딩스, HS USA홀딩스 등을 ‘반외국제재법’ 명단에 올렸다는 소식이 매도세로 이어졌다. 제재에 따라 해당 기업들은 중국 모든 기업·개인과 거래가 금지된다.

미국 한화필리조선소 전경./한화오션 제공

미국은 자국 원양 해운사가 없고, 미국에 있는 조선소는 군함이나 연안 운항 선박만 건조한다. 중국의 제재에서 사실상 자유롭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한화오션의 미국 자회사가 중국의 타깃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화오션은 미국이 조선업 복원을 위해 추진하는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의 상징과도 같다. 미국이 동맹국인 우리나라의 우수한 조선 기술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미국 필라델피아에 있는 필리조선소를 인수하는 등 한화그룹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 상징을 중국이 제재 대상에 올리자 투자 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이번 조치가 한화오션의 영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는 게 증권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현재 한화 필리조선소에서 건조 중인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 10척이나 피더(Feeder·소형) 컨테이너선 3척 모두 미주 연안을 중심으로 활용될 선박이기 때문이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조선, 해운 시장에서 큰손이 아니어서 중국이 그나마 제재할 수 있는 것이 한국 조선사”라며 “미·중 해상 패권 경쟁에서 한국 조선업종이 주목받은 이유가 중국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번 제재는 오히려 중국이 긴장했다는 증거”라고 했다.

중국이 선박 건조에 쓰이는 후판(두꺼운 철판)을 제한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가뜩이나 중국 철강사들은 수요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한국 조선업계가 사용하는 선박용 후판의 20~30%가 중국산이다.

이지니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경기 부양책이 부진한 상황에서 한국 조선사들은 중국 철강사의 든든한 매입처”라며 “제재가 확대되면 중국 철강사가 받는 타격이 한국 조선소 못지않을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종의 주가 조정을 매수 기회로 삼으라고 조언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재는 일종의 경고성 조치”라며 “이번 제재가 한국의 모회사들과 한국 조선업 전체로 확산될 것이라는 여러 불확실성에 주가는 하락했지만, 가능성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올해 3분기(7~9월) 호실적과 더불어 추가 수주 모멘텀(상승 동력)을 내포한 한국 조선업에 대한 ‘비중 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했다.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신규 건조 선박(신조선) 발주가 급감한 점은 부담이다. 올해 들어 9월까지 전 세계 신조선 발주는 1185척, 3264만 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로 지난해 동기 대비 반 토막 났다. 중국과 일본의 수주 물량이 전년 대비 50% 넘게 줄어드는 동안 한국 조선사는 16.7%만 감소했다는 점에서 선방했지만, 발주 부진이 이어지면 일감 절벽 우려가 다시 불거질 수 있다.

이재혁 LS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제재가 확대되면 한국 조선사의 상선 수주 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며 “해외 선주사들이 한국산 선박 발주를 망설일 가능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