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농협생명보험이 최근 이승걸 북부산농협 조합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출했다. ‘전문성이 부족한 이사 선출을 자제하라’는 금융 당국의 경고에도 조합장 비상임이사 선임 관행을 유지한 것이다. 현재 농협생명 비상임이사 4명 중 3명이 농협 조합장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은 최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이 조합장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했다. 임기는 2027년 9월 30일까지다.
이 신임 비상임이사는 1952년생으로 2013년부터 북부산농협 조합장을 역임하고 있다. 보험 경력은 전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생명은 자사 보험 상품이 지역 농축협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조합장이 보험 전문성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남 조합장 출신인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 취임 이후 부산·경남 편중 인사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데, 이번에도 부산 조합장이 농협생명 비상임이사를 꿰찼다.
현재 농협생명 비상임이사 4명 중 장은수 전 농협손해보험 부사장을 제외한 3명이 모두 농협 조합장이다. 백성익·구상봉 비상임이사는 각각 효돈농협과 북광주농협 조합장을 맡고 있다. 전임 한승준 비상임이사도 조합장 출신이다.
농협금융 및 계열사 이사진의 비상임이사는 임원추위원회에 참여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인사에 관여한다. 조합장 비상임이사들은 임원 선임 과정에서 중앙회 의견을 피력하기 위한 창구로 알려져 있다. 금융 계열사 비상임이사들은 대부분 중앙회에서 내려보내는 회장 측근 인사라는 것이 농협 내부의 중론이다.
농협금융 핵심 계열사인 농협은행과 농협손보도 조합장 비상임이사 선출 관행을 이어가고 있다. 농협은행은 지난 7월 김광수 조합장을, 농협손보는 5월 김진석 조합장을 각각 비상임이사로 선출했다.
금융 당국은 이런 인사 관행에 대한 경고를 지속적으로 농협금융에 전달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월 농협금융과 농협은행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전달하면서 중앙회와 농협금융 사이의 인사 교류 프로그램이 부실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금융 전문성이 부족한 중앙회 직원이 농협금융 계열사로 이동하면서 내부통제 문제와 금융 사고 발생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금감원은 2023년에도 농협생명에 비상임이사의 보험 경력 부족 문제를 지적했다. 금감원은 당시 “앞으로 보험업 경력 등을 고려해 이사회를 구성하는 등 이사회 전문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융 당국의 계속되는 경고에도 농협금융 계열사들은 조합장 비상임이사 선출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농협 한 고위 관계자는 “지방 조합장이 중앙회장으로 선출됐다고 중앙회는 물론 농협금융까지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이 말이 되지 않는다”며 “중앙회장은 명예직으로 두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