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삼성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뉴스1

올해 초까진 바닥을 기던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대에 안착하며 역대 최고가를 바라보고 있다. 주가는 9월 이후 34% 상승하며 이 기간 코스피 상승(12.5%)을 견인했다. 주말 사이 미중 무역 분쟁이 재점화되며 전날 주가가 1.17% 하락했으나 미국 나스닥지수가 3.5% 급락한 것을 고려하면 선방했단 평가다.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전날을 제외하고 개미 투자자들은 최근 5거래일 연속 ‘팔자’에 나섰다. 9월 들어 전날까지 26거래일 중 21일을 순매도했다. 차익 실현 욕구과 함께 그간 누적된 ‘국민주’에 대한 불신 등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개인이 내놓은 삼성전자 물량 대부분을 쓸어 담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시각은 다르다. 이들은 현재 반도체 업황을 단순한 사이클 회복이 아닌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한국 반도체 시장에 대한 냉철한 비판으로 ‘반도체 저승사자’라 불리는 숀 킴 모건스탠리 연구원조차 “4분기에 반도체 가격이 예상보다 더 많이 오르고 2026년까지 더 강한 업황 회복이 이어질 것”이라며 삼성전자에 대한 목표주가를 11만1000원으로 파격 상향했다.

그렇다면 이번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그 원인으로 ‘네오클라우드’ 업체의 등장을 꼽았다. 코어위브, 네비우스 등 신생 클라우드 업체들이 AI 서버 투자를 본격화하면서 기존과는 다른 차원의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존 빅테크 업체들은 클라우드 서버용 메모리 기초 재고를 이미 확보하고 있어 이를 감안해 구매하지만,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은 신생 기업이라 실사용 물량에 더해 재고 비축 수요까지 동반된 강력한 신규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구글, 아마존 등이 엔비디아 대신 자체 주문형반도체(ASIC)칩을 개발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 고객사 다변화도 진행되고 있다. 이는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는 대신 HBM 산업 전반의 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적 전망도 긍정적이다. 삼성전자는 내년 8년 만에 영업이익 최대치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D램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 상승 장기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회복, 엔비디아 HBM4 공급 다변화 등 호재가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미국을 포함한 주요국들이 재정지출·통화완화 등의 방식으로 유동성 공급에 나선 점이 긍정적이다. 특히 미국의 경우 적정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과도한 부채 부담을 줄이는 효과를 낼 수 있어 통화정책 전환 가능성이 낮단 평가가 나온다.

물론 불확실성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조치에 맞서 다음 달 1일부터 중국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는 등 미중 힘겨루기가 변수로 작용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단기 변수가 구조적 상승 트렌드를 바꿀 만한 요소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미중 힘겨루기의 경우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릴 예정인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 변동성 확대가 시장의 중장기 성장 추세 자체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다”며 “AI 반도체 관련 기업들의 이익 가시성이 여전히 높다는 점은 분명 사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