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나란히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13일 하락하는 가운데, 이들의 시가총액이 유가증권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0%를 넘어서면 조정이 이뤄진다는 징크스가 또다시 나타났다. 과거에도 두 개 종목의 시가총액이 코스피 시장의 30%를 넘어서면 주가가 하락했었다.
다만 AI 열풍 속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2026년까지 좋을 것이란 낙관론이 아직 우세한 상황이다.
13일 오전 삼성전자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 안팎 내린 9만2900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역시 3.5% 내린 41만3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우려가 다시 불거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공교롭게도 두 종목의 주가가 조정을 받은 시점은 합산 시가총액(우선주 제외) 비중이 코스피지수 30%를 돌파한 이후다. 지난 10일 종가 기준 삼성전자 시가총액은 558조8138억원으로 코스피지수 시가총액의 19.3%를 차지했다. 같은 날 SK하이닉스 시가총액은 311조5850억원으로 코스피지수 내 비율이 10.8%로, 두 종목 비중이 30.1%를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지수 비중을 30%를 넘긴 뒤 조정을 겪는 일은 여러번 반복됐다. 보통 메모리 반도체 업황 기대감에 돈이 몰릴 때 30% 선을 돌파하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1월 20일 삼성전자 25.4%, SK하이닉스 5%로 두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이 코스피지수 내 비율 30.4%를 기록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합산 시가총액은 2021년 1월 11일과 지난해 7월 11일에도 코스피지수 내 비율이 각각 30.8%, 30.6%를 넘어섰다. 하지만 2021년에는 반도체 업황이 꺾였고, 지난해에도 이른바 ‘반도체 겨울론’이 불거지면서 주가가 우하향 곡선을 그렸다.
다만 과거와 차이점도 있다. 앞서 두 종목의 시총이 30%를 돌파했을 땐 삼성전자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2020년과 2021년, 지난해 모두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코스피지수의 20% 이상을 차지했다. 이번에는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20%를 밑돌았지만, SK하이닉스가 처음으로 10% 이상의 비중을 기록하며 합산 시가총액 비율 30% 선을 뚫었다.
최근 두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린 환경이 과거와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AI를 중심으로 한 반도체 사이클이 기존과 다를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이종욱 삼성증권 연구원은 ▲AI용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범용 D램이라는 이익 성장 엔진이 두 가지인 점 ▲AI 인프라 투자가 다른 사이클 수요보다 크고 긴 점 ▲메모리 수요와 소비 시장 경기가 동행하지 않는 점을 기존 반도체 사이클과 현재의 차이점으로 꼽았다.
이 연구원은 “반도체 사이클은 일반적으로 (기업의) 이익이 증가하면서 밸류에이션(Valuation·기업 평가 가치)은 낮아지기 마련인데, 이번에는 리레이팅(Rerating·재평가) 기대를 동반하고 있다”며 “돈벌이와 상관없이 실리콘밸리 초거대 기업들의 선점 경쟁과 자금 조달 능력이 반도체 수요의 핵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증시의 조정을 불러온 미·중 무역분쟁이 전면전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도 남아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은 중국을 해치려는 게 아니라 도우려는 것”이라며 협상 가능성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