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 3610선을 돌파하며 큰 폭의 상승 랠리를 지속하고 있지만, 개인 투자자들은 증시 ‘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가 연일 상승하면서 밸류에이션 부담이 커졌다고 보고 조정 가능성에 베팅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스피 지수의 강세가 연일 이어지며 개인 투자자들은 1000억원대가 넘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2일 에프앤가이드와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9월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가장 많이 순매수한 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였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상품을 이 기간 552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별수익률을 마이너스(-) 2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코스피200 선물지수는 코스피 대형주 200개를 모아둔 코스피200 지수가 향후 상승할 것이라는 판단이 우세하면 상승한다. 이 ETF에 투자한 개인들은 국내 증시 하락에 적극적으로 베팅한 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일반 인버스 ETF에도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들이 많이 사들인 ETF 8위에는 KODEX 인버스 ETF가 올랐다. 이 상품 역시 코스피200 지수의 일별수익률을 역으로 추적해 시장이 하락하면 수익이 나는 상품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 ETF를 1315억원어치 사들였다.

다만 개미 투자자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코스피 지수는 연일 최고점을 돌파하고 있다. 코스피 지수는 지난 2일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했고, 연휴가 끝난 직후인 이날도 전 거래일 대비 1.73%(61.39포인트)오른 3610.60에 장을 마쳤다. 9월 첫날 3140선이던 코스피지수는 한 달여 만에 500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하락에 베팅했던 개인 투자자들은 큰 폭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9월 1일부터 이날까지 종가를 기준으로 계산했을 때 KODEX 200선물인버스2X ETF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의 평균 매수 단가(거래 대금 ÷ 거래량)는 1147원으로 추정된다.

10일 이 ETF의 가격이 전 거래일 대비 4.90%(48원) 하락한 932원에 거래를 마감한 만큼 개인 투자자들은 대략 1038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봤을 것으로 보인다. KODEX 인버스 ETF의 평균 매수 단가는 3238원으로 약 115억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네이버페이 ‘내 자산 서비스’와 연동한 투자자들의 투자 내역을 살펴봐도 손실권이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에 투자한 투자자 7795명의 평균 손실률은 59.83%에 달한다. KODEX 인버스에 투자한 투자자 4523명의 평균 손실률 역시 26.67% 수준이다.

한편 국내 증시의 호황에도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주식형 ETF 대신 국내 증시 인버스 ETF나 해외 주식형, 금현물 ETF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인버스 ETF 외에도 개인 투자자들의 순매수 상위권 ETF에는 ▲TIGER 미국S&P500 ▲ACE KRX금현물 ▲TIGER KRX금현물 ▲KODEX 미국S&P500 ▲KODEX 미국나스닥100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등이 이름을 올렸다.

다만 대형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한 국내 증시의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국내 반도체 관련 ETF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시화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도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모멘텀(상승 계기)이 지속되면서 관련 ETF에 개인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