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9월 29일 09시 0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정부가 벤처투자 시장으로의 민간 자금 유입 확대를 목표로 추진하는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가 시장 외면에 놓였다. 시행일이 반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당초 BDC 운용 주체로 주목받았던 벤처캐피털(VC)들이 운영 부담 등을 이유로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VC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파트너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IMM인베스트먼트, SV인베스트먼트, 인터베스트, DSC인베스트먼트 등 운용자산(AUM) 1조원 이상 국내 대형 VC 상당수가 BDC 운용을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BDC는 비상장 벤처·혁신기업에 모험자본을 공급하는 공모펀드로 불린다. 지난 2018년 혁신기업 투자 활성화 방안의 일환으로 논의가 시작됐고, 정부의 벤처투자 시장 확대 기조에 힘입어 지난 8월 말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내년 3월 시행이 확정됐다.

당초 시장에선 VC들의 BDC 운용 참여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됐다. 민간 유휴자금을 공모펀드 형태로 끌어올 수 있어 펀딩 난항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번지면서다.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혁신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점에서 VC는 운용 경쟁력도 갖췄다.

덕분에 BDC 도입 근거법인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 운용 주체 1순위에도 자산운용사와 더불어 VC가 올랐다. 만기 5년 이상의 환매금지형 펀드로 거래소에 상장하는 구조로 내년 3월 시행된다. 증권사는 고유계정과 고객자산 간 이해상충 우려 등으로 제외됐다.

운용 부담이 VC의 외면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BDC는 공모 상장 구조인 만큼 평가·공시·IR·준법 등 별도 조직이 상시 요구돼서다. VC는 소수 출자자만 상대하는 사모펀드 운용 구조로 공모펀드 운용 체계를 감당할 만한 인적·조직적 기반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관리보수가 크지 않다는 점도 외면의 이유로 꼽힌다. BDC는 거래소에 상장돼 상장지수펀드(ETF)와 같은 구조로 운영되는 탓에 총보수(운용 수수료와 기타 운영 비용)가 1%에 못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통상 벤처펀드 관리보수는 2% 내외로 책정된다.

국내 한 대형 VC 임원은 “BDC 제도는 명분상 ‘민간 자금 확대, 투자자 저변 확대’지만, 현실적으로는 개인 투자자가 투자하는 ETF”라면서 “분기별 공정가치 평가, 외부 성장성 평가, 잦은 공시 등에 쓰는 돈은 많은데 버는 돈은 많지 않은 구조”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융그룹 계열 VC 정도만이 예외적으로 BDC 운영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KB인베스트먼트나 미래에셋벤처투자가 대표적이다. 다만 이들 역시 별도의 운영 인력 모집이나 운용 방안 마련 등 절차에 돌입하진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금융당국도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투자협회는 최근 증권사를 BDC 운용 주체에 조기 편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VC 외면으로 초기 시장 활성화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금투협은 증권사 대상 BDC 태스크포스(TF) 구성에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