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9월 25일 17시 1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2022년 국내에서 첫 등장했던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보니 매수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데, 손해를 보고 팔기보다는 펀드를 새로 만들어 추후 매각 시점을 다시 잡겠다는 것이다.
컨티뉴에이션 펀드란 기존 사모펀드의 GP(운용사)를 그대로 유지하되 이 펀드가 보유한 자산만 신규 펀드로 이전하는 것을 말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투자자(LP)들은 현금으로 자금을 회수하거나 새 펀드로 지분을 옮길 수 있다. 사모펀드 운용사는 나름 절충안을 찾은 셈인데, 일각에서는 우려도 나온다. 잘 팔리지 않을 매물을 펀드 이름만 바꿔 돌려막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인프라 전문 PEF 브룩필드자산운용은 수년째 난항을 겪어왔던 서울 여의도 IFC(국제금융센터) 매각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펀드를 만들어 자산을 이관하기로 했다. 이에 최근 공제회·연기금 등 새로운 LP(출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2016년 약 2조5500억원을 투입해 미국 AIG로부터 IFC를 사들인 브룩필드는 2021년부터 매각을 추진했지만 4조원대 가격을 고수, 이보다 낮은 가격에 인수를 타진하는 원매자들과 시각차를 좁히지 못했다.
브룩필드 외에도 최근 들어 PEF가 컨티뉴에이션 펀드 조성을 택하는 경우는 많다. 유럽계 CVC캐피탈은 지난해 초부터 여행·숙박 플랫폼 여기어때 매각을 추진해 왔지만, 결국 글로벌 투자사 하버베스트 파트너스와 함께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새로 결성하기로 했다. 국내 PEF도 마찬가지다. JC파트너스는 보험대리점(GA) 굿리치, IMM인베스트먼트는 유선 통신업체 드림라인 경영권을 계속 보유하기 위해 새로운 LP를 모집해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업계에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보는 시각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매각이 어려운 부실 자산을 ‘폭탄 돌리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이유로 기존 LP의 재출자가 저조할 수밖에 없고, 새로운 LP 입장에서는 더 높은 가치를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보니 펀드 관리보수 지급 기준 등을 높이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 컨티뉴에이션 펀드가 활성화한 해외에서도 실상은 물건이 팔리지 않아 펀드만 바꾼 자전 거래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면서 “GP가 기존 펀드의 매도자이자 신규 펀드의 매수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특히 국내는 LP풀이 한정돼 있어 LP 입장에서는 컨티뉴에이션 펀드 유행이 곤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라며 “기업가치가 떨어졌다고 볼 수 있는데도 오히려 이를 높이는 경우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물론 일부 PEF는 향후 더 큰 수익이 예상돼 장기 보유 목적으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활용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기존 펀드 LP는 지금까지 성과를 바탕으로 만족스러운 엑시트(투자 회수) 기회를 얻을 수 있고, 새로운 투자자는 앞으로 실적이 상향될 것으로 점쳐지는 기업에 투자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그간 PEF는 단기적 투자 성과에만 치중한다는 지적이 늘 따라다녔는데, 중장기적 성장에 집중할 수 있는 수단으로 컨티뉴에이션 펀드를 바라볼 수도 있다”면서도 “다만 정말 우량한 자산은 인수 경쟁이 치열했을 것이기에 자산의 가치가 정말 앞으로 높아질지에 대한 LP의 신뢰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