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주가 조작에 투입된 원금까지 싹 몰수하라”고 지시한 뒤 정치권을 중심으로 주가 조작으로 얻은 시세차익뿐 아니라 불법 행위에 동원된 원금도 몰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주가 조작과 같은 불공정거래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부당 이득뿐 아니라 원금까지 몰수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주가 조작에 쓰인 원금을 몰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이미 마련된 상태다. 다만 부당 이득뿐 아니라 원금까지 몰수하는 조치는 법원의 판단이 필요한 데, 우리 사법 당국은 다소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실제로 원금까지 몰수한 사례는 아직 없다.
최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가 꾸린 주가조작 근절 합동 대응단이 1000억원을 모아 400억원의 부당 이득을 올린 주가 조작 사건 1호를 발표한 이후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번 사건이 유죄라면 수익금뿐만 아니라 주가조작을 위해 사용한 원금 1000억원도 몰수하는 사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오 의원은 조선비즈에 “한 번이라도 제도가 시행된 사례가 생기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에 가담할 사람들의 리스크가 커지니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사례 하나 만들면 제재 효과가 제일 크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에 쓰인 원금을 몰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입법된 상태다. 근거가 되는 법 조항은 자본시장법 제447조2의 2항으로, 지난 2021년에 신설됐다. 주가조작 등 불공정 행위를 위해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은 몰수하며, 몰수할 수 없는 경우에는 그 가액을 추징한다’고 써있다. 여기서 ‘제공했거나 제공하려 한 재산’이 주가조작에 쓰인 원금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직까지 원금이 몰수된 사례는 없지만, 최근 금융 당국의 제재 조치가 강화되며 원금 몰수라는 강력 처방이 이뤄질 가능성이 생겼다. 대표적인 것이 이번 1호 사건에 활용된 계좌 지급정지 조치다. 지난 4월 개정된 자본시장법 시행령에 따라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주가조작에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계좌에 지급정지 조치를 시행할 수 있게 됐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급정지 조치를 통해 계좌를 동결시켜 놓지 않으면 주가조작 세력이 돈을 옮기거나 써버릴 수 있다”면서 “그러면 법원에서 추징 보전할 재산이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지급정지 조치는 최장 1년까지 가능하다.
지급 정지된 계좌에 부당 이득과 함께 원금이 남아있는 경우,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따라 원금 몰수도 가능하다. 이는 형벌의 일종인 만큼 검찰과 법원에서 적극적인 수사·기소·구형과 판결이 이뤄져야 실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금 몰수라는 전향적인 판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세조종과 같은 주가조작 범죄의 경우에는 피해의 범위가 모호한 부분이 있어 법원에서 형량을 내는 데 어려움이 있는 거 같다”고 설명했다.
주가조작 원금이 주가조작 세력의 온전한 자본이 아닌 것도 회수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가조작 세력은 일반적으로 자기 자본에 더해 주식담보대출로 레버리지를 끌어올리는 경우가 많다. 주가조작 이전에 체결된 대출 계약이 있으면 원금이 줄어들 수 있다.
자본시장법에 대해 잘 아는 한 법조계 관계자는 “주가조작을 하는 경우, 자기 자금으로도 하지만 빌린 돈으로도 한다”며 “원금의 개념에서 주가조작에 동원된 모든 돈을 다 몰수해야 한다는 것인데 어디까지 몰수할 것인지 이런 걸 결정하는 데 있어 기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금융당국 차원에서는 부당이득의 2배까지 과징금 부과를 할 수 있지만 이는 부당이득에만 적용되고 원금에는 해당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