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과 빗썸. /일러스트=챗GPT 달리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이후 처음으로 가상자산 업계와 만나는 간담회를 9월 30일에 가졌습니다. 이 원장의 취임 후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로,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와 코빗, 코인원, 고팍스 운영사 스트리미 등 가상자산거래소를 비롯해 국내 10개 주요 가상자산사업자의 최고경영자(CEO)가 모였습니다.

이 자리에서는 1거래소-1은행 규제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등 자상자산 업계의 화두가 논의됐습니다. 이 원장은 대표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살펴듣고 금융 당국으로서 적절한 규제로 산업을 뒷받침하겠다는 긍정적인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초대받지 못한 가장자산거래소도 있었습니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 점유율 30% 가까이를 차지하는 빗썸입니다. 가상자산 업계 간담회 개최 전부터 빗썸이 참석 명단에서 제외된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실제 간담회 자리에 빗썸 대표가 보이지 않자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모두 깜짝 놀랐습니다. 빗썸보다 훨씬 규모가 작은 가상자산거래소나 아직 서비스를 오픈하지 않은 기업도 초대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빗썸은 이미 8월부터 금감원의 눈 밖에 났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이유는 빗썸이 적극적으로 마케팅을 펼쳐온 가상자산 대여 서비스 ‘렌딩’이었습니다. 가상자산을 빌려서 팔 수 있는 공매도 서비스가 가상자산거래소 사이 유행처럼 번지며 금감원은 가이드라인이 나올 때까지 자제해 달라고 가상자산거래소에 요청했고, 여러 거래소가 서비스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그러나 금감원의 요청에도 빗썸은 서비스를 계속해서 밀어붙였습니다. 금감원은 행정지도에도 신규영업을 지속할 경우 현장 점검 등 제반 조치를 하겠다며 경고까지 했습니다. 대부분의 거래소가 대여 서비스를 멈췄지만 빗썸은 대여 비율을 4배에서 2배로만 축소한 채 영업을 이어 나갔습니다.

금감원장-가상자산 사업자 CEO 간담회. /연합뉴스

결국 빗썸은 국내 가상자산거래소 및 업계 관계자들이 모여 논의하는 가상자산 대여 가이드라인 논의에서도 한 번 참석 후 다시 참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반면 다른 거래소들과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여러 차례 논의를 진행해 왔고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데 협조했습니다. 이번 간담회에서 빗썸이 제외된 것은 이런 기조의 연장선인 것입니다.

이 원장의 발언에도 빗썸을 향한 날 선 비판이 느껴집니다. ‘과도한 이벤트, 고위험 상품 출시 등 단기 실적에만 몰두한 왜곡된 경쟁’이나 ‘인적 오류나 관리 소홀 등에 따른 ‘먹통 사태’가 지속되고 있어’ 같은 부분입니다. 빗썸이 서비스하고 있는 렌딩이나 새로 시작하는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의 호가창(오더북) 공유, 지난달 2일 한밤중 빗썸의 먹통 사태 등을 떠올리게 합니다.

현재 빗썸은 금감원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렌딩 서비스를 축소하고 변경한 상태입니다. 가상자산 최대 대여 비율을 기존 최대 200%에서 85%로 축소하면서, 앞으로 이용자는 담보자산의 최대 85%까지 가상자산을 빌릴 수 있습니다. 지금껏 금감원 요청에 반하는 서비스 강행에 있어 경영진 간의 의견이 갈렸는데, 최근 금융정보분석원(FIU)의 현장 조사까지 받게 되면서 꼬리를 내린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