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손민균

금융지주 차기 회장 인선을 위한 레이스에 시동이 걸렸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빈대인 BNK금융지주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며,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 임기는 11월까지다. 4명의 회장 모두 새 정부의 ‘생산적 금융’ 정책 기조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며 연임 의지를 드러내고 있으나, 정권 교체 직후인 만큼 대거 물갈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가장 먼저 회장후보추천위원회를 꾸리고 지난 26일 첫 회의를 개최했다. 회의에선 차기 회장 후보군 심의 기준을 논의했다. 차기 회장 최종 후보는 12월 초 선정된다. 이후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거친 후 취임하게 된다. 우리금융과 BNK금융도 곧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한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도입한 ‘은행지주·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에 따르면 금융지주 및 은행 최고경영자(CEO)의 경영 승계 절차는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 개시해야 한다.

진 회장은 지난 3년간 수익·주가 등의 측면에서 양호한 경영 성과를 내고 조직을 무난하게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임 회장은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 대출, 횡령 등의 금융 사고로 풍파를 겪었으나, 증권·보험사를 인수해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기틀을 다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빈 회장을 포함해 이들 회장 모두 초임이란 점도 연임 낙관론이 나오는 배경이다. 2001년 금융지주사 제도 도입 이후 김정태 전 하나금융 회장(4연임·10년)과 라응찬 전 신한금융 회장(4연임·9년), 윤종규 전 KB금융 회장(3연임·9년) 등은 장기 집권했다.

일러스트=조선DB

새 정부와의 ‘코드 맞추기’도 속도감 있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진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미국 유엔총회 순방길에 동행하고, 국민성장펀드 보고대회에 초청받기도 했다. 임 회장은 전날 최고경영자(CEO) 합동 브리핑을 열고 정부의 정책에 발맞춰 앞으로 5년간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포용 금융에 7조원을 각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조성하는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엔 10조원을 투자키로 했는데, 이는 민간 몫(75조원)의 13% 수준으로 상당한 규모다.

그렇지만 이들 모두 윤석열 정부에서 선임된 만큼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현재까진 별다른 메시지가 없으나, 금융 당국 조직 개편이 없던 일이 되면서 뒤로 밀려 있던 차기 금융지주 회장 선임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정부가 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아직 모르겠으나, 최근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가 금융 당국 수장 및 산하 기관장으로 내려온 것을 고려하면 정부의 입김이 전혀 없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