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국면이 본격화되면서 주식 투자자들의 전략도 변화의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성장주 쏠림 현상이 이어졌던 시장에서 이제는 ‘고배당’과 ‘저PBR’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가 다시 부각될 전망이다.

금리 인하 환경에서는 채권의 매력이 떨어지고, 반대로 배당주가 상대적으로 빛을 발한다. 여기에 성장주와 가치주 간 격차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벌어져, 저평가된 가치주에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일러스트=챗GPT달리3

이달 미국 기준금리가 0.25% 인하된 이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두고 시장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이지만, 일부 인사들은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놓고 있다.

미셸 보먼 연준 부의장은 최근 연설에서 “노동시장이 약화돼 있어 금리를 낮추기 위해 단호히 행동해야 한다”며 “데이터에만 의존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것”이라고 밝혔다. 존 윌리엄스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통화정책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현재 균형 잡기 과제를 안고 있고 근원 인플레이션은 완화 중”이라며 추가 금리 인하를 지지하는 발언을 내놨다.

미국의 고용 지표 하향 조정 등으로 경기 둔화 우려가 커진 만큼, 연준은 필요하다면 내년 초까지도 추가 인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금리 인하 기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경우, 채권 투자자는 실질 수익률이 더 줄어들고, 반대로 배당수익률이 높은 주식의 상대 매력은 한층 부각될 수 있다. 과거에도 금리 인하기에 고배당주가 시장 대비 상대 우위를 보인 사례가 적지 않다.

성장주 편중 현상 역시 고배당·저PBR 전략을 뒷받침한다. 지난 12개월간 국내 증시에서 가치주와 성장주의 수익률 차이는 -16%포인트로,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제외하면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이다. 성장주에 대한 쏠림이 극심해졌음을 보여준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이 관점에서 주목할 업종으로는 통신서비스와 철강이 꼽힌다”며 “두 업종 모두 고배당과 저PBR이라는 장점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저금리 시대에 매력도가 높다”고 말했다.통신서비스는 안정적 배당 성격이 강하고, 철강은 저평가 매력이 특히 두드러진다. 현재 한국 철강 업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36배로, 과거 저점 수준에 근접해 있다. 그동안 철강 업종은 PBR 0.3배 안팎에서 저점을 형성한 뒤 반등하는 패턴을 반복해 왔다는 점에서 주가 반등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중국의 철강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외부 동력까지 겹치면서, 투자 매력이 한층 강화될 수 있다.

강 연구원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라면 이 관점에 관심을 기울여볼 만하다”며 “최근 미국 주식 시장에서도 가치주로 분류되는 유나이티드헬스그룹에 매수세가 집중됐던 만큼 한국 시장에서도 가치주로 관심이 옮겨갈 여지에 고민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