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15일 오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사기적 부정거래) 관련 조사를 받기 위해 마포구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이 기사는 2025년 9월 29일 16시 33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하이브가 최근 국내 주요 엔터테인먼트 회사 중 처음으로 신용평가사 두 곳에서 ‘A+(안정적)’ 신용등급을 획득하면서 업계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금이 넉넉한 하이브는 당장 자금 조달을 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 때문에 하이브가 방탄소년단(BTS)의 완전체 활동을 앞둔 시기에 선제적으로 높은 신용도를 인정받고, 오너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회사의 입지가 탄탄하다는 것을 시장에 보여주려는 의도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인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하이브에 기업신용등급(ICR) ‘A+(안정적)’를 부여했다. 하이브 자체는 물론 주요 엔터사가 신용도 평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 신용평가사는 ‘하이브가 다변화된 아티스트 포트폴리오로 확고한 시장 지위를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통상 신용등급 평가는 회사채 발행을 위한 사전 절차로 통한다. 기관투자자의 투자를 받는 공모채를 발행하려면 최소 두 곳 이상의 신용평가사에서 ‘BBB-’ 이상의 신용등급을 받아야 한다. 하이브가 획득한 ‘A+’ 등급은 비교적 높은 등급에 해당한다. 최근 발행된 ‘A+’ 등급 3년물 회사채 금리가 3% 안팎에서 정해진 바 있다.

그런데 시장에선 하이브가 바로 회사채 발행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분석했다. 현재 총차입금보다 현금성 자산이 많아 실질적 무차입 경영을 이어가고 있어서다. 올해 6월 말 하이브의 순현금 규모는 약 3561억원으로 작년 말(983억원)보다 262% 늘었고, 부채 비율과 차입금의존도도 각각 61%, 22% 등으로 나타났다. 하이브 측도 “신용평가는 중장기적 경영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한 예비적 차원에서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하이브는 굳이 왜 지금 신용도 평가에 나섰을까. 전문가들은 신용등급을 통해 대외적으로 회사의 평판(레퓨테이션·Reputation)을 제고하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하이브는 지난해부터 지속된 소속 레이블 어도어와 민희진 전 대표, 걸 그룹 뉴진스를 둘러싼 분쟁에 시달리고 있다. 수장인 방시혁 의장은 사기적 부정 거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으며 서울지방국세청 역시 지난달 하이브를 상대로 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자금 조달용이 아니더라도 대내외적으로 회사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한 조치로 신용등급을 받아 최소 금액의 회사채를 발행하는 경우가 있다”며 “혹시 모르는 금융당국의 감사인 직권 지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장점도 덤으로 있다. 이를 회사도 고려 안 하진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직권 지정은 당국이 기업의 감사인(회계법인)을 강제로 정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사유에는 회사가 감리를 받아 감사인 지정 조치를 받거나 횡령·배임 사유 발생, 재무 상태 악화 등이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2020년부터 신용등급이 투자등급(BBB) 이상을 받은 회사는 재무 기준 직권 지정에서 제외하기로 정한 바 있다.

신용등급을 받기로 결정했다면, 지금이 제일 적기라는 것이 신용평가 업계의 설명이다. 한때 전체 매출의 90%를 차지했던 주력 아티스트 BTS의 완전체 복귀 덕분이다.

한기평은 “BTS 멤버 전원 복귀로 2026년 이후 음악 부문은 큰 폭의 외형 성장, 플랫폼 부문은 영업손실 폭이 축소될 전망”이라고 했다. 한신평도 “당분간은 유의미한 수준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을 것이나 BTS 복귀에 따른 외형 확대 전망을 고려하면 이익 창출 규모는 증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