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사무총장은 26일 3년 만의 총파업 현장 연단에 서서 실질임금 3.9% 인상과 주 4.5일제 도입을 촉구하며 “대한민국 모든 노동자의 요구이자 우리의 삶을 만들어가는 절박한 생존의 외침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주 4.5일제는 무너져가는 출생률과 경제를 일으키자는 데 핵심이 있다”며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을 늘리고 지역 상권과 영화 산업 활성화 취지가 있다”고 했다. 언론이 자신들의 요구를 탐욕이라고 치부한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연설이 끝나자 방탄소년단(BTS)의 불타오르네 노래와 함께 ‘실질임금 인상 쟁취, 내일을 바꿀 주 4.5일제’라고 적힌 손팻말이 노조원들 머리 위로 흔들거렸고, “실질임금 인상하라, 노동시간 단축하라”는 구호가 울려 퍼졌다. 그 옆으로 현장 학습을 나온 아이들을 향한 유치원 교사의 “손잡으라”는 외침과 교통을 통제하기 위한 경찰관 호루라기 소리는 그대로 묻혀버렸다. 길거리로 나온 시중은행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1억2000만원. 유치원 교사(국공립 24호봉)와 경찰관(경위 10호봉) 연봉은 5000만원 안팎이다.
금융노조가 3년 만에 총파업에 돌입했지만, 신의 직장이라는 금융노조 외침에 공감하는 직장인은 드물었다. 노조 내부에서도 공감을 얻지 못하면서 파업 동력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형선 금융노조 위원장은 이날 주 4.5일제 전면 도입과 임금 3.9% 인상, 신입 사원 채용 확대,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며 “주 4.5일제를 쟁취하는 총파업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이날 파업 결의 대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노조원 8000여명이 참여했다.
금융노조는 주요 은행이 역대 최대의 순이익을 기록하고도 임금 2.4% 인상을 제시한 것을 비판했다.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할 때 사실상 임금 삭감이라는 것이다. 또 금융권이 선제적으로 주 4.5일제를 도입해야, 산업 전반으로 주 4.5일제가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
김정 KB국민은행지부 위원장은 “금융권 인력 감소로 노동 강도가 늘어났다”며 “근로 시간이 0.5일 줄어든다고 세상이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노조원은 “실질임금은 십수년간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데도 정말 열심히 일해왔다”며 “누가 누구보고 악랄하다고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도 금융노조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4.5일제가 도입되면 근로시간이 줄어드는데, 도리어 임금은 늘려달라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을 보장한다고 출산율이 오를 것인지도 의문이라는 반응이다.
금융노조 내부에서도 주 4.5일제 등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파업에 참여한 노조원도 많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애초 금융노조는 조합원 10만여명 중 8만여명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 지부는 투표율 저조로 이번 파업에 참여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NH농협은행 지부 역시 파업 참가 인원이 100명을 넘지 않았고, 우리은행은 100여명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위원장이 속한 IBK기업은행은 1477명이 참가했다. 사실상 IBK기업은행과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중심으로 파업이 이뤄질 전망이다.
주요 은행들도 이번 총파업에 대비해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등 대비책을 마련했다. 실제 파업으로 인한 소비자 민원은 많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는 사용자 쪽과 교섭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