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챗GPT’ 개발업체 오픈AI와 손을 맞잡자 인공지능(AI) ‘거품론’이 다시 제기됐다. 이번 협력으로 엔비디아는 최대 고객이 된 오픈AI에 투자하고, 이 돈으로 오픈AI는 엔비디아 제품 사용·구매를 늘릴 수 있게 됐는데, 이 순환 자체가 AI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반대로 AI 혁신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의견도 나오지만, 당장은 거품론이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이 영향으로 24일 밤 미국 뉴욕 증시에서 일부 기술주는 조정을 겪었다.

AI 거품 논쟁은 우리 주식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 이슈가 외국인의 투자 심리를 크게 자극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증시 상승 랠리를 반도체 업종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뉴스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엔비디아는 지난 22일(현지 시각) 오픈AI에 최대 1000억달러(한화 140조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목표는 엔비디아의 첨단 AI 칩을 사용해 오픈AI 모델을 학습·배포할 수 있는 10기가와트(GW) 규모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것이다. 10GW는 원전 10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데이터센터에는 약 400만~500만개의 엔비디아 그래픽처리장치(GPU)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엔비디아가 올해 출하할 GPU 총량과 동일하며 지난해 출하량의 2배에 달하는 규모이기도 하다.

이번 파트너십을 두고 해외 증권가에서는 ‘AI 버블’이라는 우려와 함께 ‘AI 혁명이 새로운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는 의견이 동시에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부 월가 애널리스트들은 이 거래가 일종의 ‘밴더 파이낸싱’이라고 분석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에 자금을 제공하면 오픈AI가 그 자금으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다만 오픈AI는 엔비디아 제품을 직접 구매하는 대신 임대할 것으로 알려졌다.

번스타인 리서치의 스테이시 라스곤 애널리스트는 “이 협력은 분명히 ‘순환’ 우려를 부채질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시포트 글로벌 증권의 제이 골드버그 애널리스트 역시 이번 거래가 순환 자금 조달 냄새가 나며 “거품 같은 행동”을 상징할 수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 웨드부시증권은 이번 협력에 대해 “AI 혁명이 차세대 성장 국면에 진입했다”라고 판단했다. 여러 빅테크 기업에서 대규모 자본 지출이 확대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산업군에서 기업용 AI 활용 사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기술 섹터 전반에서 수많은 AI 수혜 기업이 창출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애널리스트는 “향후 3~6개월은 AI 혁명의 2차, 3차, 4차 파생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기일 것”이라며 “AI 버블과 과도한 밸류에이션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지금은 본격적인 테크 섹터의 성장 초기 국면이었던 1996년과 같다”라고 해석했다. 닷컴 버블이 정점에 이르렀던 1999년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그는 또 “현재 AI 시장은 소수의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지만 세계 기업과 정부들도 AI 투자 경쟁에 뛰어들었다”며 “빅테크 주도에서 소버린 AI(Sovereign AI·자국이 통제하고 운영하는 AI) 로 확대될 것”이라 내다봤다.

어떤 전망에 힘을 실어 자산을 배분할지는 투자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