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IB) UBS와 코스닥시장 ‘대장주’ 알테오젠이 갑론을박을 벌였다. 미국 머크(MSD)의 피하주사(SC) 제형 면역항암제 ‘키트루다 큐렉스(키트루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기술을 이전한 알테오젠에 대한 기대치를 두고 시각차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UBS는 지난 22일 알테오젠에 대해 투자 의견 ‘매도(Sell)’와 목표주가 27만원을 제시했다. 같은 날 알테오젠 종가(50만70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었다.

알테오젠 전경. /알테오젠

머크의 SC제형 키트루다의 상업성이 가장 큰 쟁점이다. 이 제품은 투약 방식을 개선한 제품이다. 기존에는 정맥에 주삿바늘을 직접 찌르는 정맥 주사로 투약해야 했는데, 알테오젠의 ‘ALT-B4′ 기술을 적용해 피하 주사로도 효과를 낼 수 있게 됐다. 투약 시간도 2시간에서 1분으로 단축했다.

UBS는 SC제형 키트루다의 FDA 통과 자체는 긍정적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상업화 속도가 시장 기대보다 느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시장의 매출 기대치인 200억달러(약 28조원)는 과대평가됐고, 실제로는 80억달러(약 11조원)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알테오젠이 받게 될 기술 로열티도 줄어들 것이란 취지다.

UBS는 알테오젠의 ALT-B4 플랫폼이 앞으로 더 많은 약품에 적용될 수 있을지를 두고도 의문을 제기했다. UBS는 “알테오젠의 기술이 항체약물접합체(ADC)로 확장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이에도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며 “머크를 제외한 다른 기업과의 협력을 통한 상업적 가시성은 제한적이고 기술 확장이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는 것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알테오젠은 UBS의 보고서가 공개된 이튿날 반박문을 냈다. SC제형 키트루다가 경쟁 제품보다 편의성이 크고, FDA 승인과 더불어 유럽에서도 승인 권고를 받아 시장 확장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다고 했다.

알테오젠은 특히 “FDA 허가로 ALT-B4의 기술력과 안전성을 검증받았음에도 과거와 같은 논리로 (UBS) 보고서가 작성된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부정적인 사례와 상황만을 반영한 보고서 내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UBS와 알테오젠이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UBS는 지난달 알테오젠에 대한 보고서를 내면서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알테오젠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UBS의 보고서는 사전 협의 없이 작성된 비현실적인 가정”이라고 했다.

시장에선 알테오젠이 UBS 보고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로 상대적으로 높은 외국인 지분율을 꼽는다. UBS 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 외국인은 알테오젠 지분을 15% 넘게 보유했다.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바이오주의 외국인 지분율이 10%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5%포인트가량 높았다.

하지만 UBS의 지난달 보고서가 나온 뒤 외국인은 이달 22일까지 알테오젠 주식에 대해 1000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두 번째 보고서 발표 후 23일과 24일 이틀 만에 1200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의 알테오젠 지분율도 13.7%로 감소했다. 알테오젠 주가도 이날 종가 46만4500원까지 2거래일간 8.4%(4만2500원) 하락했다.

일단 국내 증권사들은 알테오젠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목표주가 73만원을 유지하며 “알테오젠이 전 세계에서 로열티 이익을 거둘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나증권 역시 목표주가 59만원을 유지하면서 “FDA 허가가 신규 파트너 유입 효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