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트리아논 빌딩에 투자한 해외 부동산 펀드의 만기 연장을 안 하기로 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가치가 급락한 뒤 현재까지 회복세가 더딘 만큼 원금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분석된다.
2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은 해외 부동산 펀드 ‘이지스글로벌부동산투자신탁229호(트리아논 펀드)’의 청산 절차를 밟는다. 해당 펀드의 만기는 내달 31일이다. 펀드 만기 연장을 위한 수익자총회를 여는 대신 그대로 청산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트리아논 펀드는 지난 2018년 총 3700억원 규모로 조성된 해외 부동산 펀드다. 공모와 사모를 절반가량씩 나눠 개인과 기관투자자 위주로 판매했다. 그러나 빌딩 임대료의 절반 이상을 책임지던 주요 임차인 데카방크가 임대차 연장 옵션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건물 수익성에 차질이 생겼다.
이후 이지스운용은 2023년 10월 수익자총회를 열어 펀드 만기를 2년 연장했다. 이 과정에서 대주단과 ‘현상유지(스탠드스틸)’ 계약을 맺으며 정상화 작업에 나섰지만, 결국 지난해 6월 대출 계약의 기한이익상실(EOD)이 발생했다. 펀드 운용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SPC)마저 도산 절차에 돌입하면서 자산 매각 권한은 대주단으로 넘어갔다.
다만 펀드가 청산되더라도 SPC 지분을 통한 권리는 독일 현지 법원에 신탁된다. 이 때문에 트리아논 빌딩이 남은 대출금보다 높은 가격에 매각될 경우, 남는 돈이 투자자들에게 분배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최근 유럽 오피스 빌딩 가치가 크게 하락한 상황이라 현실적으로 잔여금 배당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통상적으로 대출금 회수가 시급한 대주단 중심으로 건물 매각이 진행되면 가격 협상력도 떨어져 제값을 받기 힘들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오피스 수요 부진과 금리 상승이 겹치면서 유럽 상업용 부동산 가격 회복이 더딘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운용에 따르면 그간 펀드는 공모 기준으로 설정 원금 대비 약 16.4%에 해당하는 308억원을 투자자들에게 배당했다.
이지스운용은 수익자총회 미진행 관련 공시에서 “펀드 만기가 도과하더라도 자산의 매각 완료에 따른 청산 절차의 진행이 가능하다”며 “이후에도 수시 공시 및 운용보고서 등을 통해 자산의 처분 절차 등 중요 사항을 충실히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